[대그룹집단SWOT분석 1] 삼성, 비메모리ㆍ기초연구로 오너가 문제 넘어서야

2019-05-1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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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가치 세계 5위…이재용 부회장 실형 위험…비메모리 133조 투자

공정거래위원회가 15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발표하면서 주요 기업의 산적한 과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3~4세 시대 개막과 경영권 문제, 중국발 저가 공세에 따른 제품 경쟁력 회복 등 내부의 약점과 외부 위협을 기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데일리동방은 대기업집단을 SWOT(강점・약점・기회・위협)으로 구분해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7월 21일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둘러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산타클라라 메리어트 호텔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를 열고 3나노 공정 설계 키트를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고객에게 배포했다. 공정설계 키트는 파운드리(반도체 생산 전문) 회사의 제조공정에 최적화된 설계를 지원하는 데이터 파일이다. 반도체 장을 이끄는 삼성의 면모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강점: 반도체·스마트폰 세계시장 선도하는 대표 기업
전자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삼성그룹은 올해도 국내 기업집단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발표하고 삼성을 지난해와 같이 공정자산총액 1위에 올렸다. 삼성그룹 자산총액은 올해 414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399조5000억원보다 15조원 늘었다.

세계시장에서도 삼성이 가진 지위는 남다르다. 브랜드 컨설팅업체 브랜드 파이낸스는 ‘2019년 세계 500대 브랜드(Global 500 2019)’에서 삼성을 5위에 올렸다.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912억8200만달러(약 103조3000억원)로 마이크로소프트(MS・1조1959억500만 달러) 뒤를 이었다. 브랜드 파이낸스는 지난해 갤럭시 노트9과 갤럭시 S9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5G 스마트폰이 성공할 경우 브랜드 가치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같은 전망을 증명하듯 삼성전자는 지난달 갤럭시 S10을 100만대 넘게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5G 모델은 24만대 넘게 팔려나갔다. 4월 5일 5G 상용화와 동시에 출격한 S10이 새 통신망 수요를 독식한 영향이다. 삼성페이가 출시 44개월만에 국내 누적 결제금액 40조원을 넘어선 점도 삼성 스마트폰의 탄탄한 입지를 보여준다.

6월 출시가 예상되는 두 번째 5G폰 갤럭시 폴드는 지난달 미국 출시를 일주일 남기고 화면 불량 문제로 현지 언론의 대대적인 공세를 받았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이 자국 기업 애플 아이폰을 위협하는 삼성 갤럭시 상표를 강하게 견제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보기술(IT) 통계 사이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삼성 스마트폰 세계 점유율은 31.74%다. 반면 애플 아이폰은 22.76%로 9%포인트가량 낮다. 삼성은 2013년을 기점으로 아이폰이 누리던 점유율 1위 자리를 빼앗은 이후 한 번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세계 반도체시장을 이끈 역량이 뒷받침됐다.

삼성은 D램과 낸드 플래시 제품에 초미세 공정 기술을 적용해 메모리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16년 업계 최초로 10나노 제품 공급을 시작했고 8나노와 7나노 공정 개발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4나노의 벽’을 뚫고 미국에서 3나노 공정 키트를 고객사에 배포했다.

소비전력을 기존 7나노 공정보다 50% 절감하고 성능은 30% 개선되며 공간도 45% 줄이게 됐다.

삼성은 자동차 반도체분야에서도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인 독일 ‘TUV 라인란드’에서 자동차 기능안전 국제 표준인 ‘ISO 26262 기능안전관리(FSM)’ 인증을 받았다. 이번 인증은 차량 내 전기·전자 시스템 오류에 따른 사고 방지를 위해 2011년 ISO가 제정한 자동차 기능안전 국제 규격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에서의 반도체 안전성이 강조되면서 2018년 반도체 적용 가이드라인이 추가되었다.

삼성은 5G시장 선도를 위해 계열사간 사업 양도도 진행했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PLP(Panel Level Package) 사업 일체를 삼성전자에 양도한다고 밝혔다. PLP는 반도체와 메인보드 연결하는 인쇄회로기판(PCB) 없이 반도체를 완제품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단시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기술은 전자에 맡기고, 급속히 성장하는 5G망 주요 부품인 MLCC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약점: 검증 안된 3세 체제

하지만 이 부회장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만든 ‘메모리 반도체 1등 삼성’ 이후를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5년째 와병중인 이건희 회장 이후도 대비해야 한다. 이 부회장의 삼성 지배력은 제일모직과 삼성SDS 증시 상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으로 높아졌지만, 그룹 지배구조의 한 축인 삼성생명 최대주주는 아직 이 회장이다.

이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율 20.76%로 최대 주주다. 반면 이 부회장 지분율은 0.06%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 회장 지분은 보통주 4.18%, 우선주 0.08%다. 이재용 부회장은 0.70%에 그친다.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17.08%로 대주주에 올라있지만 이건희 회장 지분 2.84%가 남아있는 등 계열사 지분 상속에 따른 천문학적인 상속세 해결도 과제다. 상속세를 내기 위한 지분매각은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위험할 수 있다. 그간 2세 체제를 이끌어온 ‘아버지의 사람들’을 새 시대에 맞게 개편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5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정은승 사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위협: 국내선 총수 실형 위험, 중국선 저가공세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단도 남아있다.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숨기고 훼손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임원 2명이 구속된 점도 악재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회사 공용서버를 숨기고 직원들 휴대전화와 랩톱 등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가리키는 ‘JY' 'VIP' 등을 검색해 자료를 삭제했다고 본다. 이 부회장 이름이 언급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삼성으로서는 부담이다.

해외에선 중국 업체의 저가공세가 고민거리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 속에 적자로 돌아섰다. 성능 상향평준화와 시장 정체를 맞게 된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샤오미와 화웨이 등 저가폰에 밀려 중국 내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갤럭시 폴드로 5G 시대 초격차를 예고했지만 저가와 거리가 멀어 시장점유율 회복은 요원하다. 삼성전자는 신규 제품군 확대는 물론 프리미엄 제품의 차별화로 하반기 실적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기회: 정부 지원 속 비메모리・기초연구로 성장동력 키워

반토막난 1분기 영업이익이 공시된 지난달 30일 이 부회장은 화성사업장에서 비메모리 비전을 선포했다. 파일을 읽고 쓰는 메모리에 이어 논리 연산을 수행하는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1등을 하겠다는 포부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해 명실상부한 종합반도체 강국을 향한 삼성의 도전을 격려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6조2333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2.3% 떨어졌다. 특히 주력인 반도체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64.3% 감소하면서 삼성의 미래 먹거리 사업에 관심이 집중됐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 이어 신경영을 선포한 이 부회장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한다. 투자 금액은 국내 R&D 분야 73조원, 최첨단 생산시설 60조원으로 나뉜다. 중소기업과의 상생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정부도 같은날 시스템 반도체 육성 계획을 내고 팹리스(설계) 시장과 파운드리(생산) 시장 내 점유율 확대를 이끈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향후 10년간 1조원을 R&D(연구개발) 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이 시스템 반도체에서 시장점유율 1위(70%)를 차지하는 가운데 대만과 중국 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국내 시장도 해외 제품이 차지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이처럼 전 정권을 적폐로 규정한 문재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국정농단 재판 실형 경험이 있는 이 부회장에게 든든한 발판이 됐다.

삼성의 미래 먹거리 탐색은 기초과학에서도 활발하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2013년부터 10년간 1조5000억원을 출연해 기초과학, 소재기술, 정보통신기술 등 3개 연구 분야에서 미래를 책임지는 과학기술을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기초과학 분야 180개, 소재기술 분야 160개, ICT 분야 177개 등 517개 연구과제에 6667억원을 지원해왔다. 연구에는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스텍(POSTECH) 등 국내 대학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고등과학원(KIAS) 등 공공연구소 46개 기관에서 교수급 1133명을 포함해 8657명이 참여하고 있다. 교수들 스스로 제안하고 판단・심사하는 특유의 문화도 기대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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