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 넘는 부채 은닉??…홍콩 최고 갑부 리카싱 흔드는 보고서

2019-05-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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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인 회계처리 방식으로 부채 은닉, 순익 부풀렸다는 의혹

청렴하고 기부 잘하기로 소문난 홍콩 최대 갑부인 리카싱(李嘉誠)의 CKH홀딩스(청쿵그룹)가 9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은닉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기업회계·지배구조 분석업체 GMT리서치는 전날 청쿵그룹이 지난해 공격적인 회계 처리 방식으로 577억 홍콩달러(약 8조7000억원)의 부채를 은닉하고 순이익을 38% 부풀렸다며, 투자자들에게 이 회사 주식을 매도하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앞서 청쿵그룹은 2018년 실적보고서를 통해 매출이 전년 대비 9% 늘어난 4532억 홍콩달러, 순익은 11% 증가한 390억 홍콩달러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아름다운 실적’ 뒤에 거대한 부채가 숨겨져 있다는 게 GMT리서치의 주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쿵그룹은 지난해 재무제표에 매각예정으로 분류된 자산을 1205억 홍콩달러, 또 이와 직접 관련된 부채를 776억 홍콩달러라고 기입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해당 계정은 모두 제로(0)였다. 청쿵그룹이 자산 일부를 매각 예정으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577억 홍콩달러 부채를 은닉했다는 게 GMT리서치의 분석이다.

또 청쿵그룹이 이탈리아 최대 이동통신사 윈드 트레(Wind Tre) 인수와 관련된 회계장부를 '조정'하고, 2015년 청쿵그룹 내부 조직개편에 따른 영향 등을 활용해 지난해 순익을 132억 홍콩달러, 약 38% 부풀렸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청쿵그룹이 이 같은 공격적인 회계처리 방식으로 시장으로부터 더 좋은 신용등급을 받아 저렴하게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청쿵그룹은 즉각 반박했다. 전날 한밤중 공시를 통해 “GMT 보고서는 선택적이고 편향적이며, 투자자를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청쿵그룹은 홍콩 회계보고 준칙을 성실히 준수하고 있으며, 재무제표는 이미 신용평가기관의 검토를 거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실적보고서는 리카싱 회장의 장남인 빅터 리가 청쿵그룹을 승계 받은 후 처음 발표한 것이다. 리카싱 회장은 지난해 5월 91세 나이로 공식 은퇴하고 경영권을 장남에게 넘겼다. 자수성가한 거부의 조용한 은퇴는 "역시 리카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리카싱 회장이 맨손으로 일군 청쿵그룹은 오늘날 홍콩 소매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리카싱 회장이 아시아에서 가장 청렴하고 검소한 부호로 알려진 만큼 청쿵그룹의 부채 은닉설이 사실로 밝혀지면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리카싱 청쿵그룹 창업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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