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전기차시대 '애국심'으로 '가성비' 이길까

2019-05-10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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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자동차·포르쉐, 기술력 앞세워 韓 진출

"수입전기차 점유율 확대…차별화 요소 필요"

현대자동차 코나Electric.[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캡쳐]

[데일리동방] 현대·기아자동차가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시장에 포르쉐·베이징자동차 등 글로벌 전기차업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 업체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물론 품질 등에서도 국내 업체들을 앞서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점차 커지고 있는 국내 전기차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시장 사수를 위한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만9441대로 이중 현대·기아차는 2만1986대를 팔아 74.7%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 등 전체 차량으로 확대하면 현대·기아자동차 비중은 80.7% 수준이다. 전기차 시대로 들어서면서 내수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소폭 감소했지만 그래도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4대 중 1대는 현대·기아차인 셈이다. 이 같은 추세로 보면 현대·기아차는 기존 내연기관에 이어 전기차 장에서도 국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외국 완성차업체들이 잇따라 한국 전기차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비록 한국 자동차시장은 현대·기아차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기차시장에서 만큼은 승부수를 띄워볼만 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글로벌 전기차판매 4위'인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BAIC) 공세가 매섭다. 국내 전기차시장에 중형 전기차 SUV 모델이 아직 없다는 사실을 간파, 중형 SUV 'EX5' 출시계획을 밝혔다. 

X5 모델은 가격과 성능에 있어서 현대·기아차에 비교우위를 점한다. 중국 내 판매가격은 18만위안(한화 약 3100만원)으로 국내 출시 가격은 관세를 감안해도 4500만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국내 소형SUV 모델인 현대차 '코나'(4800만원)나 기아차 '니로EV'(4780만원)보다도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1회 충전 주행거리도 415km에 달해 현대차 SUV '코나'(406km) 또는 기아차 '쏘울'(386km)·'니로EV'(385km)보다 앞선다. 

BAIC은 이 외에도 △소형 SUV 'EX3' △중형 세단 'EU5' 등 3종으로 한국시장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했다. 내년 초부터 국내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고급형 전기차시장에는 포르쉐가 들어선다. 포르쉐코리아는 첫 전기차 '타이칸'을 내년 초 국내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타이칸은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에 탑재된 800V 기술을 적용해 4분 충전으로도 약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성능을 지녔다. 지난 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EV 트렌드 코리아 2019'에 등장한 타이칸의 콘셉트 버전 '미션 E'는 제로백(0→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3.5초 이내였고, 완전 충전 주행거리는 500km에 달했다. 타이칸 출시에 앞서 포르쉐코리아는 카이엔 E-하이브리드 등을 올해 하반기 출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모델 모두에서 경쟁력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결국 내년부터 현대·기아차는 가성비와 가심비 모두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소형 전기차시장에서 중국업체에, 고급 전기차시장에서는 테슬라에 이어 포르쉐에도 밀리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이 같은 외국 업체의 국내 진출이 달가울리 없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현재의 견고한 고객층을 차세대 전기차시대에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차별화 요소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애국심 마케팅' 만으로 국내 시장에서 그동안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자영 산업연구원 박사는 "국내 전기차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라며 "현대·기아차가 기존 시장지위에 안주해서는 안되며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디자인·성능 등에서 꾸준히 차별화 요소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탄탄한 내수고객층에 힘입어 성장해왔지만 전기차로 넘어가면서 외국 업체들이 앞선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뛰어들고 있다"며 "현대·기아차는 기존 방식대로 유사한 디자인을 소형·중형·대형 크기만 나눠 생산하는 타성에서 벗어나 소비자 입맛을 맞춘 라인업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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