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는 문화강국을 이끄는 주역, 엔터사의 현재 위치를 점검하고 미래 비전을 분석하고자 한다.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엔터산업을 위한 '투자 가이드', 이른바 <한국 엔터 넥스트 10년>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본지는 가장 먼저 한국 문화 콘텐츠의 '중심' 격으로 급부상 중인 '영화 산업'을 들여다보았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1인당 평균 영화 관람 편수는 4편 이상이고 이는 세계 최고 수준에 다다른 상황이나 더이상의 성장은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한계점에 이른 한국 영화시장과 돌파구를 찾고 있는 국내 투자·배급 빅4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첫 번째 투자·배급사는 올해 '말모이' '항거' '증인'으로 좋은 성적을 낸 롯데컬처웍스였다.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 돌파구를 찾아낸 이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영역을 확장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현재'와 '미래'를 듣기에 더할 나위 없기 좋다는 판단이었다.
롯데컬처웍스는 한국영화의 '허리'라 불리는 중간 규모의 영화부터 대작영화, 오페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등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의 입맛을 충족하고 있다. 올해는 '말모이' '증인' '항거:유관순 이야기' 등 의미 있는 작품들로 관객에게 '작품성'을 인정 받았고, 하반기에는 '사자'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제) '타짜: 원 아이드 잭' '우리집' 등 오락성이 강조된 작품으로 대중성까지 잡을 계획이다. 롯데컬처웍스는 "작년에 이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가 된다"라며 내심 자신감을 내비쳤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해 동안 1인당 평균 영화 관람편수는 4편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나 더 이상의 발전 가능성은 희박하다. 거기에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영화·교육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OTT(Over The Top) 서비스가 대세를 이루며 극장산업에도 변화가 생기는 추세다. 영화 투자·제작뿐 아니라 극장 사업까지 벌이고 있는 롯데컬처웍스는 이러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 '씨츄(SEECHU)'라는 영화 VOD 서비스를 통해 젊은 관객들에게 다가가고자 했다.
"저희 VOD 서비스인 씨츄 또한 콘텐츠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습니다.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확충하고 향후 당사가 제작할 드라마 등 다채로운 콘텐츠 서비스 추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영화 산업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도록 공생을 염두에 두고 플랫폼과 콘텐츠 간 상호보완이 되는 선순환을 구축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계획입니다. 온·오프라인 플랫폼 확장을 통해 효과적으로 고객과 접점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콘텐츠 부문 또한 투자, 제휴 강화를 통해 역량을 확대해나가고자 합니다."(롯데컬처웍스 온라인 사업팀)
롯데컬처웍스의 해외 진출 또한 국내 영화산업에 대한 돌파구였다. 롯데 측은 아시아 중에서도 베트남 시장에 주목했고, 영화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워나가고자 했다. 롯데컬처웍스 홍보팀은 "동남아, 특히 베트남 시장은 아직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젊은 시장"이라며 많은 사업 분야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지역이라고 소개했다.
"베트남 영화 시장은 90년대 한국의 영화시장과 닮아있습니다. 2015년 2,900만명의 베트남 관객 수는 2018년 4,300만명 수준으로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개봉 영화도 2013년 223편에서 2017년 283편으로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고요. 롯데컬처웍스도 베트남 영화시장 성장에 발맞춰 42개 영화관 187개 스크린을 운영 중입니다. 영화관 사업부문에서 2022년까지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에서 140개의 영화관을 오픈할 계획입니다. (현재 총 54개 사이트, 279개 스크린 운영중)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좋은 한국영화를 동남아에 유통해 영화 한류를 일으키는 게 목표입니다."
목표는 조금씩 현실이 됐다. 2017년부터 베트남에 한국영화 배급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12월부터는 첫 투자·배급으로 로컬화에 나섰다. 롯데컬처웍스의 첫 로컬영화 '혼 파파 자 꼰가이(Daddy Issue)'는 베트남 현지에서 100만명을 동원하며 260만 달러(약 30억원)의 수익을 벌어들였고, 올해 2월 22일 베트남 법인이 투자한 로컬영화 '하이픙'은 손익분기점(102만명)을 거뜬히 뛰어넘어 베트남 역대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하며 흥행 신드롬을 일으켰다. 왜 한국영화 수출이 아닌 현지에 발 붙이는 방법을 택했을까. 베트남법인 관계자는 "현지영화제작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방식 그대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점점 현지영화제작의 포션을늘리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불과 2~3년 전과 다르게 최근 현지 영화 제작 퀄리티가 매우 상승하였으며, 박스오피스 규모도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현지 내 한류에 부흥하여 크지 않은 시장에서 안정성을 가져가는 데는 기존의 한국영화 상영이나 리메이크가 적합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결국 보다 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현지의 감정과 스토리라인을 100% 표현할 수 있는 영화가 필요합니다."
'혼 파파 자 꼰가이' '하이픙'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었다. 롯데컬처웍스는 단순히 기술적인 표현이 아니라 현지 사람들이 울고, 웃을 수 있으며 현지 사람들이 100% 전달받을 수 있는 감수성을 가진 작품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현지 네트워크를 진행했고, 프로덕션 및 연출자들과 만나며 현지 정서를 충분히 표현해 현지화하는 것에 성공했다.
"기획에 가장 적합한 제작 파트너를 찾기 위해 많은 감독과 제작들과 만났고 그들의 장단점을 파악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제작을 진행, 프러덕션 이전 기획 단계에서 충분히 토론하고 공감하며 같은 의도를 가지고 프로덕션이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했죠."
롯데컬처웍스는 2016년부터 해외 영화사업 외에도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사회공헌 담당은 "'영화 제작 교실'은 영화를 사랑하고 미래의 영화인을 꿈꾸는 청소년의 꿈을 응원하고 전문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며 베트남 현지 영화산업발전, 한국-베트남 간 문화교류에 힘을 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롯데컬처웍스가 베트남 이후 눈여겨보고 있는 해외 시장은 어디일까. 그야말로 롯데컬처웍스의 '넥스트 10년'을 엿 볼 수 있는 해외 시장인 만큼, 잠재력을 가진 숨은 보석이 궁금했다.
"인도네시아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어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으로 높은 경제성장률과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곳입니다. 또 연간 영화 개봉 편수는 2016년 314편에서 2017년 389편으로 영화산업 또한 급성장하고 있고요. 반면 인구는 우리나라의 5배에 달하는데 비해 전체 스크린 수는 1600여개 정도로 우리나라(약 3000개) 스크린 수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상황으로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저희의 분석입니다."(롯데컬처웍스 홍보팀)
롯데컬처웍스는 인도네시아에 2023년까지 26개 영화관을 오픈할 계획 중(현재 1개관 5개 스크린)이며 인도네시아에서 영화관 확장과 동시에 영화제작, 배급, 펀딩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화 제작부터 상영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다.
"온오프라인 플랫폼 확장과 콘텐츠 부문 투자, 제휴 강화 등을 통해 역량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물론 해외 영화관 및 투자 사업 확대해 국내/해외를 아울러 앞으로도 영화 한류 붐을 위해 더욱 더 애쓸 거고요. 이러한 성과를 많은 이웃과 나눌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