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회계법인 간 불합리한 관계는 올바른 외부감사를 저해하고 있다. 그나마 이번 아시아나항공 사태는 회계사들이 소신있게 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2일 아주경제 데일리동방과 만난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감사의견 ‘한정’에서부터 시작된 점에 주목했다. 장하성 주중국대한민국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지난 1998년 소액주주운동을 활발히 전개할 당시 김경율 위원장도 시민단체 활동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의 기업 감시 활동은 22년째 이어지고 있다. 또 회계사이다보니 분식회계 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분식회계 문제를 파헤치면서 기업들의 저승사자로도 불리게 됐다.
그러나 구조적인 문제를 뜯어고치기 전에는 감시만으로 분식회계를 뿌리 뽑을 수 없다. 김경율 위원장은 "외부감사를 나가는 회계사와 피감사 법인 관계에서 회계사는 이른바 '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식회계가 의심되는 부분에 대해 회계사가 검증 자료를 요구해도 상당수 기업들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버티려 한다"며 “을의 입장인 회계사가 적극적으로 자료 제출을 요청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회계감사 기준이 강화되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아시아나항공 사태는 회계 개혁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율 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감사의견 ‘한정’ 의견에서부터 시작된 것은 회계업계 입장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며 “올바른 외부감사 문화를 정착하는 데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그는 2001년 현대건설 분식회계 의혹 사태를 떠올렸다. 김경률 위원장은 "2000년 현대건설의 적자 규모가 1년 사이 무려 25배나 증가했다”며 "1999년 이라크 정부에 대한 채권 회수 가능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부분에 대해 다른 회계사들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경율 위원장은 문제가 있다 판단했고 결국 소송까지 이어지며 화제가 됐었다.
아울러 김경율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재벌 개혁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재별 개혁은 우리 모두가 함께 논의해야 할 문제인데 현 정부는 재벌 개혁을 몇몇 교수, 사회학자 등 소수의 전유물로 만들었다”며 "재벌 개혁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은 높게 평가되지만, 정작 성과는 미흡하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운동은 학생, 종교인 등을 비롯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지만 마치 재벌개혁은 자신들만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시민단체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경율 위원장은 “시민단체에 ‘젊은 피’가 안 들어온다”며 “시민단체들도 경제 성장이란 이데올로기에 너무 얽매이면서 다양성을 놓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