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의 하이브리드角] '달님' 뽑았던 20대 여성, 지금도 지지?

2019-05-0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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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녀 83% "아직도 문재인 대통령지지"

2월 조사, 20대남 53% '지지 철회'


요즘 대한민국 사회에서 20대 남녀갈등을 말하는 건 쉽지 않다. 차이, 다름을 인정하기보다는 서로를 향한 저주, 혐오가 넘쳐난다. 특히 성(性)평등, 이른바 젠더이슈에 대한 입장은 더욱 뾰족하다. 때문에 20대에게 젠더이슈를 정치적 차원으로 접근하는 건 매우 조심스럽다. 그래서 정치적 의사표현이 확실한 이들을 골랐다. 2월(남)과 4월(여) '20대 100인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여부 조사'에서 20대 남녀를 무작위로 선정하지 않고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을 뽑았던 남녀 각 100명으로 한정한 이유다.

◆20대 여성 文 지지…냉정과 열정 사이
<갤럽> 여론조사 중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즉 ‘대통령 잘 하고 있나’는 물음에 20대 남녀는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4월까지 20대 남성의 긍정평가는최저 20%, 대체적으로 30~40%대 초반을 오갔다. 하지만 20대 여성은 최저 50%에서 최대 70%에 육박할 때도 있었다.

4월 하순 아주경제 20대 남녀인턴기자 5명이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던 20대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100명 중 83명이 지지를 유지한다고 답했고, 17명은 지지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20대 여성 100명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 투표했던 이유(이하 복수응답)로 적폐청산(63%), 사회정책(46%), 경제정책(32%), 통일외교안보정책(22%) 등을 꼽았다.

‘지지 유지’로 답한 83명에게 그 이유(복수응답)를 물었다. 가장 많은 답은 ‘청와대 국민청원 등 열린 소통’(74.7%)이었다. 그 다음으로 청렴한 국정운영(43.4%)을 꼽았고 적폐청산, 대북정책(각각 41%), 일자리·최저임금 등 민생경제(37.3%), 젠더이슈 대응(31.3%), 탈원전·미세먼지 대책(18.1%) 등 순이었다.

그렇다면 지지의 강도, 열광적인 지지일까? 어느 20대 여성 직장인의 답변이 생생했다. “적폐청산을 위해서 원래 지지하던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다. 특히 ‘세월호 사건’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지금도 지지를 하긴 하지만 전만큼은 아니다. 인사 문제 등 기대했던 것보다 미치지 못하는 것이 있다. 하지만 다른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지하기가 어렵다. 문 대통령이 그나마 낫다” 비판적 지지, 혹은 차선책이란 말이다.

지지를 철회(17명)한 이유는 일자리 등 경제(70.6%), 젠더이슈 대응(35.3%), 대북외교안보(35.3%), 청와대·내각 인사(29.4%), 탈원전 미세먼지 대책(23.5%), 소통방식(23.5%), 부적절한 적폐청산(17.6%) 순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20대 남녀 ‘동상이몽(同床異夢)’ 혹은 ‘동상동몽(同床同夢)’

이는 문 대통령을 뽑았던 20대 남성 100명 중 53명이 지지를 철회했고, 47명이 지지를 유지한다는 지난 2월 조사(아주경제 3월 22일자 26면)와 큰 차이를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 이유에서 20대 남녀는 공히 열린 소통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여성은 83명 중 62명(74.7%), 남성은 47명 중 29명(61.7%)이 첫손으로 꼽았다.

2월(남)과 4월(여) 두 차례에 걸친 조사에서 드러난 20대 남녀 대통령 지지율 격차는 36%포인트(여 83-남 47=36)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이들이 2017년 대선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한 이유에서 비롯된 듯하다.

20대 남녀 모두 문 대통령에게 투표한 이유로 적폐청산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그러나 남성이 그 다음으로 경제정책을 꼽은 반면 여성은 사회정책(젠더이슈 포함)을 선택했다. 20대 남성에서 사회정책은 네 번째였다. 20대 여성들이 사회문제를, 20대 남성들은 일자리와 경제 문제를 더 중하게 생각한다는 얘기다.

이번 여성 100명 조사에서 20대 초반-중반-후반 등 나이 구분은 별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2월 남성 100명 조사에서 간과했던 ‘20대 초반’과 ‘20대 중후반’의 차이가 눈에 띄었다. 응답자 중 20대 초반 남성 5명 중 지지 철회는 1명뿐이었다. 하지만 20대 중후반 남성의 지지 철회는 52명이었다. 즉 남성들의 군대 경험 유무가 이런 큰 차이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군 경험자들이 종교적 병역거부 판결, 대북정책 등 때문에 ‘문 지지’를 거둬들였다는 말이다.

남성들은 군대 문제와 젠더이슈를 연관 짓는다. 문 지지를 철회한 20대 남성 53명(50.9%)이 그 이유를 ‘젠더 이슈’라고 답했다. 하지만 여성은 예상과 달랐다. 지지 유지 이유로 '젠더이슈 대응'을 택한 이는 31.3%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의 성평등 정책에 대해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되레 젠더이슈 때문에 지지를 철회한 이들도 있었다. 쉽게 말해 20대 남성들은 젠더이슈 때문에 문 대통령에서 이탈했지만, 20대 여성들은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는 문 대통령의 젠더이슈 대응이 20대 남녀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모양새다.

​이번 조사는 대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 등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구글 온라인 설문(82명·https://docs.google.com)과 강남역, 신촌 등 서울 시내에서 만난 응답자(18명)를 더해 진행했다.

20대 남녀인턴 5명과 함께 한 이번 협업에서 나타난 20대 남녀 간 정치적 견해차, 구체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여부의 변화’는 확연히 달랐다. ‘지지유지’ 83%(여) vs 47%(남) 차이, 그러나 이들은 담담했다. 일부 기성세대(라 쓰고 꼰대라 읽는다)가 20대 젊은이들을 젠더이슈라는 틀에 가둬 갈등을 ‘조장’하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내년 총선에서 20대 남녀갈등을 자극, 자신의 표로 만들려는 여야의 음흉한 나쁜 정치가 틀림없이 등장할 거다. 과연 20대 남녀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까, 또 얼마나 갈라질까. 나아가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정치권을 심판할 것인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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