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비메모리 반도체를 중점 육성 3대 산업으로 선정하고 종합 지원 대책을 내며 힘을 실어줬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램(RAM)처럼 읽고 쓰는 메모리가 아닌 CPU 같은 연산 장치 등을 가리킨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같은 모바일 AP에 활용된다.
이 부회장의 비전 선포는 메모리 실적 감소와 무관치 않다. 이날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을 6조2333억원으로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조6422억원보다 60.2% 줄어 반토막이 됐다. 전분기 10조8006억원에 비해서도 42.3% 낮은 수치다. 이는 2016년 3분기의 5조2000억원 이후 10분기만에 최저치다. 특히 주력으로 꼽히는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3% 감소했다. 삼성이 반도체 시장의 30%에 불과한 메모리에서 고개를 돌려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시장에 달려드는 이유다.
이번 발표는 삼성의 ‘비메모리 굴기’ 선언 외에 삼성그룹의 3세 체제 본격 개막이라는 의미도 깔려있다. 삼성전자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은 1967년 전자산업에 진출했다. 이건희 회장은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산업을 이끌었다. 그는 그룹 회장 취임 6년만인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유명한 신경영 선언을 했다. 지난날에 안주하던 삼성이 세계 시장에서 3류 제품을 만들었던 과거를 인정하고 1류가 되겠다는 뼈아픈 자성이자 도전이었다. 이후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 1위를 달성했다. 세계 최초 64MD램, 256M D램, 1GB D램 등 신제품 개발을 선도하며 세계 시장을 휩쓸었다.
이제는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신경영 체제에 도입할 시기가 도래했다. 그는 2016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 뒤 ‘국정농단’ 사태로 부침을 겪었다. 지난해 5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집단 동일인 변경으로 삼성 총수가 됐다.
올해는 이건희 회장이 5대 신수종사업 육성을 발표한 ‘비전 2020’ 선포 10주년이자 삼성전자 50주년이라는 의미도 있다. 메모리 반도체 1위 시대를 열었던 이건희 회장에 이어 비메모리 분야를 정복해 진정한 반도체 종합 1위 시대를 열어 이건희 회장을 뛰어넘겠다는 이 부회장의 포부도 읽힌다.
이 부회장이 남은 ‘살얼음판’을 어떻게 건너갈지도 주목된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인 이 부회장은 현재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또한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간 관련성을 파헤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