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지난 26일 안 전 대표와 애경산업 전직 임원 백모·진모씨, 이마트 전 임원 홍모씨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안 전 대표는 1996∼2017년 애경산업 대표이사를 지냈다. 애경은 안 전 대표 재임 기간인 2002년부터 2011년까지 CMIT·MIT를 원료로 한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가습기 메이트'는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이 필러물산에 하청을 줘 만들고 애경이 받아 판매한 제품이다.
안 전 대표의 구속영장은 지난달 30일 한 차례 기각된 바 있다. 법원은 "애경산업과 원료물질 공급업체(SK케미칼)와의 관계 및 관련 계약 내용 등에 비춰 제품 출시와 관련한 피의자의 주의의무 위반여부 및 그 정도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의 범위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애경은 제품 도입 당시 'SK케미칼이 제공한 상품 원액의 결함으로 제삼자의 생명·신체·재산에 손해를 준 사고가 발생하면, SK케미칼이 전적인 책임을 지며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다'는 내용의 제조물 책임계약을 맺었다.
안 전 대표 측은 지난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 계약에 근거해 애경에 법적 책임이 없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오히려 애경이 원료물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만 했다'는 주장과 달리 애경이 제조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한 흔적을 다수 포착했다. 하청업체 선정은 물론 용기·제품라벨·표시광고 등을 결정할 때 SK케미칼과 긴밀히 협조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한다. 2002년 제품 판매에 들어가면서 SK케미칼로부터 MSDS(물질안전보건자료)를 넘겨받아 원료물질의 흡입독성을 인지한 정황도 살펴보고 있다.
애경은 2005년 제품에 라벤더 향을 추가하는 등 원료 성분 일부가 바뀔 때도 안전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새롭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백씨는 과거 애경중앙연구소장으로 제품 유해성 검증의 실무 책임자였다.
검찰은 애경으로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넘겨받아 판매한 이마트 역시 안전성에 대한 주의의무를 어겼다고 보고 옛 신세계 이마트 부문 상품본부장(부사장)을 지낸 홍씨의 구속영장을 함께 청구했다.
이마트가 2006∼2011년 판매한 '이마트 가습기 살균제' 등은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가습기 메이트'와 사실상 같은 제품이다. 이마트 가습기 살균제는 애경 제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냈다. 애경과 이마트는 2016년 첫 수사 때 원료물질인 CMIT·MIT의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