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역에서는 내부통제·지배구조 항목의 배점이 30점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대부분의 은행이 금융소비자 보호나 건전성 부문에서 커다란 차이가 없는 상황이라 내부통제·지배구조 항목이 명암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이 금감원 종합검사의 첫 대상으로 지목된 것도 외부에 공개된 지표보다 물밑의 내부통제·지배구조 문제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민원건수가 1215건으로 다른 은행보다 3~5배 많은 수준이었으나, 이는 신규 전산망 도입 과정에서 불거진 장애 탓이다. 전산 시스템이 안정화된 이후에는 구조적인 문제로 보기 어렵다.
또 민원건수를 제외하면 우리은행도 다른 지표상 큰 문제점이 없다. 대손충당금적립률과 보통주자본비율, 부동산임대업대출 비중 등 건전성 항목은 전체적으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이는 금감원 종합검사 대상으로 선정된 KB국민은행도 유사하다. KB국민은행은 민원건수 자체도 평균 이하였으며, 직전 3년 대비 지난해 민원을 가장 많이 줄이는 데 성공했다. 보통주자본비율은 14.33%로 업계 최고 수준이었으며, 대손충당금적립률, 부동산임대업대출 비중도 양호했다.
문제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내부통제·지배구조 항목이다. 금감원은 은행의 내부통제·지배구조를 평가하기 위해 △준법감시・감사조직 인력규모 △업무보고서 지연·수정 제출 건수 △금융사고 건수·금액 △자금세탁방지 평가점수 △정보보호 관련 투자비중 등을 세부항목으로 설정했다. 하나같이 금감원과 금융사 내부자가 아니라면 확인하기 어려운 지표다.
금감원이 그동안 KB국민은행과 대주주인 KB금융지주의 내부통제·지배구조 문제를 계속해서 지적해 왔음을 감안하면 이 부문에서 점수가 좋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감원은 이달 초 KB·신한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검사결과를 통보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실시한 지배구조 서면검사 결과다. 당시 금감원은 9개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지배구조 검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이 중 KB금융은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와 대주주·임원 이해상충 행위감독 등 2개 지적사항이 나와 '경영유의' 처분을 받았다. 금감원은 대추위 후보추천 경로와 최종후보 추천권한이 한정돼 있다며 후보자 구성의 다양성 제고를 요구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첫 종합검사 대상자인 KB국민은행과 그 다음 선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한은행 모두 내부통제·지배구조 문제로 금감원의 지적을 받아온 공통점이 있다"며 "금감원이 은행권역에서는 내부통제·지배구조 문제를 주의 깊게 살피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