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도 외면…" 중국 실리콘밸리 선전 오피스 시장이 식어간다

2019-04-2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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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률 20% 육박…1년새 임대료 20~30% 추락

경기둔화, IT핀테크 업체 경영난에 오피스 시장 '타격'

지난 수년간 '호황' 속 신규물량 급증…공급과잉 심각

#1. 중국 선전시 핵심상권인 푸톈 중심업무지구(CBD) 랜드마크인 118층짜리 핑안금융센터. 올초 이 빌딩의 10층(약 3만㎡ 면적)이 텅텅 비었다는 소식이 현지 부동산 시장에 나돌았다. 원래 입주하기로 했던 세입자가 갑작스레 계약을 취소하면서다. 

#2. 푸톈 CBD에서 디자인 회사를 창업한 리씨. 그는 최근 경기 둔화 속 경영난이 심각해 지난해 순익도 저조했다며 급증하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시내 외곽의 좀 더 작은 사무실로 회사를 옮겼다고 토로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의 오피스 시장에 불황의 그늘이 짙어가고 있다. 오피스 공실률이 급증하면서 임대료는 1년새 20~30%씩 하락했다고 제일재경일보 등 중국 현지 언론들이 2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푸톈 CBD 주요 오피스 빌딩엔 세입자를 찾는 임대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오피스 임대를 문의하려 오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국 CCTV가 선전시 오피스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고 보도한 내용. [사진=CCTV 캡처화면]


이는 수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글로벌 부동산 정보업체 세빌스에 따르면 올 1분기말 선전 A급 오피스 공실률은 전 분기 대비 0.2% 포인트 오른 18.2%에 달했다. 류샹어 미드랜드 부동산 푸톈 CBD 구역 총경리는 "올해 공실률이 비교적 높다"며 "대부분의 빌딩 공실 면적이 8000㎡ 이상으로, 일부는 1만㎡ 이상 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텅텅 빈 사무실이 넘쳐나면서 임대료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세빌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선전시 A급 오피스 시장 평균 임대료는 ㎡당 225.8위안(약 3만8000원)으로, 전 분기 대비 1.7%, 전년 동비 4.1%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시장 체감경기는 더 심각하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사실상 전년과 비교해 20~30% 가까이 하락했다고 입을 모았다.  선전 현지 오피스 임대업자인 리씨는 "푸톈의 한 대형 오피스 빌딩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월 임대료가 ㎡당 400~450위안이었는데 지금은 270위안으로, 30% 하락했다"고 전했다.  

수 년간 중국 창업 열풍 속에 선전은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발전했다. 화웨이를 비롯 텐센트, DJI 등 하이테크 업체들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덕분에 하이테크, 핀테크 등 신흥 산업이 발전하면서 선전 오피스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임대료는 베이징, 상하이보다도 더 빠르게 치솟았다.

컬리어스인터내셔널에 따르면 2008년 이래 지난 10년간 선전 A급 오피스 임대료 연간 증가율은 1선 도시 중 가장 높은 5.1%에 달했다. 같은 기간 상하이(2.8%), 광저우(1.8%), 베이징(-0.4%)를 훨씬 웃돌았다.

급등하는 임대료에 한 기업인은 벌어들인 수익의 60%가 임대료로 쓰인다며 사업을 확장할 자금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선전에 본사를 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조차 급등하는 임대료 비용에 못 이겨 선전에서 약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둥관 하이테크 단지에 신사옥을 건설하기도 했다.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친 건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 부채축소(디레버리지) 등으로 중국 경기 하방 압력이 거세짐에 따라 기업들이 경영난에 빠진 탓이 크다. 하지만 베이징, 상하이에 비해 유독 선전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진 데에는 여러가지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선전에 집중돼 있는 정보통신(IT)·핀테크 창업자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업체인 컬리어스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선전 오피스 시장의 주고객은 금융·IT·선진제조업 기업이다. 특히 금융·하이테크 방면 기업이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최근 경영난 속에 비용 절감차 사무실 면적을 줄이거나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선전시 핵심상권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진 것.  또 지난해 중국 정부의 규제 단속 강화에 호황을 누려왔던 핀테크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빈 사무실이 늘어난 것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지난 수년간 선전시 오피스 신규 공급물량은 나날이 늘어난 반면 수요는 줄어들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졌다. 지난 2014~2018년 선전시 매년 신규 공급된 A급 오피스 물량은 평균 64만㎡에 달한 반면 수요는 평균 49만㎡에 불과했다. 올해 1분기에만 신규 유입된 A급 오피스 물량은 50만㎡에 달했다. 하지만 실제 수요는 절반 수준인 25만9000㎡에 그쳤다. 구조적으로 빈 사무실이 넘쳐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판진자 선전 중위안 오피스사업부 이사총경리는 현재 선전시 전체 A급 오피스 면적은 약 500만~600만 ㎡ 정도인데, 앞으로 매년 평균 100㎡ 신규 물량이 유입되며 2023년엔 1300만㎡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쑹딩 중국도시경제 전문가위원회 부주석은 국영중앙(CC)TV를 통해 현재 상황으로 볼때 공실률은 앞으로 30%까지 오른 후에야 차츰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선전 중심부에 위치한 핑안금융센터 전경. 최근 선전 핵심상권 오피스 공실률이 급등하는 등 불황의 그림자가 짙다. [사진=선전핑안금융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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