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해까지 해운사와 화주가 체결한 장기운송계약(CVC)는 계약이 끝날 때까지 리스로 회계처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감독지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해운사 8곳은 6조원대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포스코 등 화주 3곳은 부채가 7조원가량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올해부터 체결된 계약은 신 리스기준(IFRS 16)에 따라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
CVC 계약은 선박을 이용해 화물을 특정 장소로 운송하기 위한 계약으로, 선박을 사용하게 해주는 계약과 운항비·인건비·연료비 등을 부담하는 용역계약으로 구분된다.
그 동안은 해운사들은 구(舊) 리스기준에 따라 CVC 계약에는 리스 요소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판단해 전체를 운송계약으로 회계처리했고, 매출로 인식해왔다. 감사인도 이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새 리스 회계기준인 IFRS16이 도입되면서 일부 CVC 계약이 금융리스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매출로 인식할 수 없다는 의견이 회계업계에서 제기돼왔다.
이번 감독지침도 해운사들이 대규모 매출 감소를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마련됐다.
이에 따라 해운사는 지난해까지 체결한 CVC 계약을 구(舊) 리스 기준에 따라 운송계약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 회계처리 상 오류가 없으면 해당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전액 매출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H라인해운과 팬오션, 대한해운, SK해운 등 IFRS를 이용하는 8개 해운사는 올해만 최대 6000억원, 계약 잔여기간까지 감안하면 최대 6조원 매출감소 쇼크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한국전력 등 3개 화주도 CVC 계약이 리스로 분류되지 않게 됨에 따라 최대 7조원의 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금융위는 판단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감독 지침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새로운 회계기준이나 해석이 아니라"며 "각 회사는 개별 상황에 따라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지침과 달리 판단해 회계처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