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자인 조 사장과 박 사장은 각각 선친인 조양호 회장의 별세, 박삼구 전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으로 갑작스럽게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게 된 상황이다. 이들은 앞으로 시장의 신뢰회복과 그룹 재건이라는 막중한 공통 과제를 안고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사장과 박세창 사장은 최근 그룹 현안을 직접 챙기며 조직 안정화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승계와 신뢰회복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고, 그룹 수장으로서 안착하는 게 이들의 우선적인 과제다. 조 사장의 경우 오랜 실무경험을 거쳐 현재 자리에 오른 만큼 경영능력은 입증된 상태다. 그는 2003년 한진정보통신으로 입사해 10년 넘게 현장 경험을 쌓았고, 2016년 3월 대한항공 대표이사 총괄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듬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시무식 등 그룹의 주요 행사를 직접 챙겨왔다.
현재 조 사장의 가장 큰 숙제는 신뢰회복이다. 최근 갑질 문제 등으로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총수 일가에 대한 대내적 신뢰도 자체가 떨어진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각종 소송과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 맞서 그룹을 안정화시키는 게 조 사장의 당면 과제"라며 "2000억원에 육박하는 상속세 문제 등은 장기적으로 차근차근 풀어 가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창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하며 신뢰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사장은 최근 한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금호아시아나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이 있는데, 시장의 신뢰를 더 잃게 되면 저희의 존립 자체가 어렵다고 본다"며 "저희가 투명성을 담보하고 '딜'(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모두에게 가장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확실히 매각 주체는 금호산업이라고 해서 저와 그룹이 책임지고 해보려 한다"며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 제가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무조건 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10년 가까운 경력을 쌓고 2012년 금호타이어 영업총괄 부사장에 올랐다. 이후 아시아나세이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등에서 사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아시아나IDT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아시아나IDT의 기업공개(IPO)를 주도했다. 같은해 11월 아시아나IDT의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업계에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조 사장과 박 사장은 장기적으로 그룹 재건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의 행보는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한진그룹은 국내 최대의 물류기업으로 명성이 높았다. 그러나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이 타계한 2002년부터 주요 사업들을 조 회장을 비롯한 2세 경영인이 나눠 가지며 조각나기 시작했다. 이후 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으로 한진해운, 한진중공업 등 선대가 일궈놓은 주요 기업들이 파산을 맞이했다.
금호아시아나도 한때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재계 7위까지 올랐으나, 금호타이어 등 굵직한 사업의 잇단 매각으로 사세는 작아질 대로 작아졌다. 특히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가 매각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남은 계열사는 금호고속, 금호산업, 금호리조트 일부에 불과하다. 지난해 세 회사의 영업이익은 다 합쳐도 800억원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조 사장과 박 사장은 입사부터 라이벌로 시작해 그룹 재건이라는 과제까지 비슷한 길을 걸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리더로서 그 포지션은 크게 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