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장애인의,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을 위한 ‘장애감수성’ 주력”

2019-04-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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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장애인고용촉진 강조의 달'

장애유형에 맞는 일자리 서비스 '장애 감수성'

장애인 고용률 늘고 있다지만, 3% 미만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늘리고, '고용장려금' 인상해야

편견은 대상을 불편하게 만든다. 증거나 이유 없이 갖는 생각은 상대에게 벽이 되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보면 눈길을 피하고, 만나면 무엇인가 도와주려 하는데 당사자는 불편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들이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고, 일하기 힘든 환경에 놓이는 것도 편견, 그들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1년 장애인 의무고용제를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장애인 고용 비율이 3% 미만을 밑도는 수치가 이를 방증한다.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 '장애 감수성'을 공단 핵심가치로 두고, 장애 근로자들과 공감능력을 높이는 데 애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행사 준비에 여념 없는 조 이사장의 시간을 잠시 빼앗았다.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4월 '장애인고용촉진 강조의 달'

4월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주목받는 달이자 잔인한 달이다. 장애인 일자리를 알릴 수 있는 시기이면서 장애인 고용정책이 집중 조명돼 평가받는 달이기 때문이다.

조 이사장은 “지난 ​2011년까지는 9월이 ‘장애인고용촉진 강조기간’이었는데, 장애인고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더 높이고자 2012년부터 장애인의 날이 있는 4월로 옮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단 직원들이 4월만 되면 행사 준비에 모두 녹초가 된다며 웃었다.

지난해까지 5월에 개최되던 보조공학기기 박람회가 올해부터 4월에 개최된다. 4월 22~23일 이틀 동안 서울 양재동에 있는 aT센터에서 열리는 박람회는 보조공학기기 관람뿐 아니라 직접 체험도 가능하다.

보조공학기기는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이 직업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개발된 기기를 말한다.

올해 박람회 특징은 공단 개발지원 사업으로 상용화된 제품과 4차 산업 관련 정보통신(IT) 제품을 전시하고 시연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강의용, 발표용 포인터와 입력용 마우스를 손가락에 끼워 사용할 수 있는 ‘골무마우스’ △청각·언어장애 운전원이 승객과 소통할 수 있는 ‘양방향 의사소통기기’ △모바일기기와 연동이 가능한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 시계’ 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 장애인고용 우수사업체·모범근로자·업무유공자를 포상하는 장애인고용촉진대회,  발달장애인 기능경기대회 등 장애인 고용을 알리는 행사들이 줄을 잇는다.

◇장애유형에 맞는 일자리 서비스 '장애 감수성'

조 이사장은 “장애 특성에 맞는 적합 직종을 발굴, 연계해주는 것, 장애인 고용의 기본이자 필수”라고 강조했다.

공단이 올해 '장애감수성'을 핵심가치로 내세운 것도 장애인들의 니즈(수요)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 중증장애, 시각 및 청각 장애 등 유형별로 적합한 일자리를 알선하는 세심한 배려, 그는 ‘장애 감수성’이라 표현했다.

공단은 지적장애인, 자폐아 등 발달장애인의 적합한 직무로 ‘자전거 수리’를 분석했다. 발달장애인 신체기능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인지기능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작업이 필요했다.

자전거 수리 중에서도 작업빈도가 높으면서 신체기능을 이용하는 타이어 교체(바퀴분해, 튜브제거 및 교체, 공기주입, 바퀴장착)가 발달장애인에 적합한 고용 모델이었다.

손기능이 좋은 청각장애인에게는 수제 구두 제작자(고객 발모양 실제 측정, 가죽 재단, 재봉, 밑창 연결, 로고 각인 등)가 적합한 고용 모델로 제시됐다. ‘구두 기능공’의 경우 1980년대 유명 메이커 구두 회사 생산직에 청각장애인이 다수 근무한 점을 포착했다. 뇌성마비 등 중증장애인은 ‘장애인식개선 교육강사’로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은 중증장애인 본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장애인식개선에 대한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장애인식개선에 교육 효과도 높다고 봤다. 공단은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교수매체활용, 교안설계, 스피치기술 등 교육을 통해 적합 고용 모델을 개발 중이다.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장애등급제도 폐지된다. 기존 장애인 등급제도는 장애유형별 중증도를 1급에서 6급까지 나눠 고용과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준 역할을 했다.

하지만 등급이 장애인에게 낙인이 돼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장애인의 개별 욕구가 다양화되면서 이를 고려한 공공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커졌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장애인복지법에서 등급을 폐지하고 중증과 경증 장애정도만 판정하기로 했다. 2년의 유예기간은 있다.

다만 장애인 중·경증 기준이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고용법이 다르다는 점은 또 다른 문제다.

조 이사장은 “올 하반기에 장애인복지법 상 중증장애인에 해당돼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고용법에서는 경증으로 분류돼 서비스를 받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고용률 늘고 있다지만, 3% 미만

장애인 고용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지만 고용 비율로 보면 여전히 더디다. 지난 1991년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도입된 후 장애인 고용이 지속적으로 증가돼 왔고, 사업체의 이행 비율도 꾸준히 늘었다지만 수치로는 미흡한 수준이다.

현행 법상 민간 기업은 상시근로자의 3.1%,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및 공기업은 3.4%를 장애인으로 의무 고용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은 기업은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지난 2018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를 보면 15~64세 장애인 경제활동참가율은 52.5%로 전체 인구 중 경제활동참가율(69.9%)에 비해 낮다. 고용률도 전체 인구 고용률(67.0%)의 49.0% 수준에 그쳤다.

1000인 이상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 추세도 2015년 2.07%, 2016년 2.16%, 2017년 2.26%, 2018년 6월 2.37%로 3%를 밑돌고 있는 수준이다.

조 이사장은 “내년은 장애인 고용의무제가 도입된 지 30년이 된다. 1990년대 0.43%에 불과했던 장애인 고용률이 지난해 6월 기준 2.85%까지 6배 넘게 성장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면서도 “대기업의 장애인 평균 고용률은 법정 의무 고용률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기업의 장애인 평균 고용률은 2.09%, 그나마 장애인 고용의무제 도입으로 유지되고 있는 비율이다.

조 이사장은 “국내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며 “미국, 유럽은 대기업일수록 고용률이 높은데 장애인에 대한 인식 수준, 한국 대기업 특유의 효율성 위주의 고용관행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늘리고, '고용장려금' 인상해야

조 이사장은 대기업 장애인 고용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을 강조했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대기업이 자회사를 설립해 장애인을 고용하면 모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SK, LG, 롯데, 카카오 등 대기업이 참여 중인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모두 78곳, 장애인 근로자 총 35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단은 SK그룹 ‘사회공헌위원회’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SK그룹은 장애인 고용을 파격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장애인 고용 미달 시 기업에 부담금 납부 조치보다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인센티브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현실에 맞게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 이사장은 “고용장려금 단가는 오랜 기간 정체돼 있던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장려금이 장애인 고용 사업주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고용장려금 지급단가 상향에 대한 논의는 활발히 진행돼 조금씩 결과물이 생기고 있다.

지난 2016년 중증여성장애인의 고용장려금 지급단가가 50만원에서 60만원으로, 2018년에는 중증남성장애인 장려금이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조 이사장은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 시 최대 10억원까지 지원 가능하다”며 “유·무상 융자지원제도, 장애인고용 우수사업주 선정 시 3년간 근로감독 면제와 공공입찰 시 가점부여 등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다양한 유인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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