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자체 기술력을 앞세워 자국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데다가, 미·중무역 갈등,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의 이슈로 한국 기업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 중국업체, 자국 TV 시장 장악
12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TV시장에서 중국업체의 점유율은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1, 2위인 하이센스, 스카이워스와의 점유율 차이는 10% 포인트가 넘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중국 TV 시장 점유율은 10%에 달했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중국 업체의 공세가 거세지며 시장 지배력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LG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주력으로 밀고 있는 올레드 TV는 아직 중국에서 영향력이 미미하다. LG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올레드 TV 시장에서 62.2% 판매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지만, 중국 올레드 TV 시장 규모는 약 16만대 정도로 작다. 이는 전체 시장(251만대)의 6.4%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에서는 아직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제품이 주력으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국 시장조사업체 AVC는 지난 2월 중국 TV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 매출 점유율이 1%대라고 봤다. 중국 브랜드가 67%를 차지하며 대세를 굳혔고, 일본 기업들은 6% 점유율을 기록한 반면 한국 업체들의 입지는 좁아졌다고 평가했다.
중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고 소니, 샤프 등 일본 업체에도 밀리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역시 국내 기업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줄고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비율은 약 80%에 달했다.
화웨이가 25.8%로 1위를 차지했고, 오포(20.3%), 비보(19.5%), 샤오미(12.1%)가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0.8% 점유율을 기록하며, 존재감이 미미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8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지만 유독 중국에서만은 점유율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 SA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중국 점유율은 △2017년 4분기 1.7% △2018년 1분기 1.3% △2018년 2분기 0.8% △2018년 3·4분기 0.7%였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전체가 축소되며 이 같은 위기감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2017년과 지난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7년 대비 10.5% 감소한 3억9770만대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단일국가로는 세계 최대 TV, 스마트폰 시장인 만큼 국내 업체들이 포기할 수 없다"며 "당장은 힘들지만 중국 내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층이 늘고 있는 만큼 차별화된 기술력을 앞세운다면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