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996룰’과 전쟁 중

2019-04-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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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72시간 노동에 뿔난 中 젊은이들

996.ICU 캠페인 확산... 관영매체도 '비난'

“매일 12시까지 야근을 한다. 너무 힘들어 눈물이 난다.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

최근 중국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의 이야기다. 이 남성은 도로 위에서 자전거를 타고 역주행 하다 경찰 조사를 받는 도중 도보다리 방향으로 뛰어가며 이렇게 울부짖는다.

중국 매체 환구시보에 따르면 이 영상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많은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우리도 모두 같은 상황”이라며 “이는 996룰 때문”이라며 ‘996룰’에 대한 비난을 쏟고 있다.

996룰은 중국 기술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규칙으로,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9시에 퇴근하고 주 6일씩 근무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이 1996년 도입해 시행했으며 알리바바, 샤오미 등 업체들도 뒤따라 시행하며 회사를 성장시켰다.

그러나 최근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을 중시하는 사회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노동법이 바뀌고 자발적인 장시간 근무가 줄어들자 일부 벤처업계에서 직원들에게 이를 강요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캡쳐]

중국의 노동강도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중국의 법정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4시간이다. 노사 합의가 있다면 하루 2시간, 한달 36시간 이내의 추가 근무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위법이다. 그런데 996룰을 적용한 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2시간, 일주일 노동시간은 무려 72시간에 달한다.

노동시간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휴식시간은 줄었다. 2017~2018년 중국휴식발전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인의 하루 평균 휴식시간은 2시간27분 가량이다. 이는 2014년 2시간55분보다 줄어든 것으로 워라밸이 점점 무너지고 있는 추세라는 점을 반영한다.

상황이 이렇자 996룰에 대한 반발감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깃허브(GitHub)에서 시작된 ‘996. ICU’ 캠페인은 위챗과, 웨이보 등 SNS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996.ICU는 ‘996룰을 계속하면 결국 중환자실(ICU)로 가게 된다는 의미로 지어졌으며, 이 웹사이트에서는 중국 IT기업들의 추가 근무 현황 등이 공개되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들도 비난에 가세했다. 중국청년보는 “시간을 맞춰놓은 자명종 같은 젊은이들이 갈수록 많아지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고, 환구시보는 인포그래픽을 통해 996룰이 중국 노동법에 크게 벗어나는 규정임을 시사했다.

사실 과거에도 996룰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수 차례 있었다. 언론들은 비판 기사를 신문에 실었고, 직원들 역시 반발했다. 그러나 이 같이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하는 등의 조직적 움직임은 없었다고 중국 언론들은 설명한다. 이번 996룰 반대 움직임이 중국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장시간 노동’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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