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9일 공개된 녹화 영상에서 자신은 모든 혐의에서 무죄이며, 자신을 향한 비난도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비난이 자신을 탐욕스럽고 독재적인 인물로 그리기 위한 것이라면서, 자신은 음모의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곤 전 회장은 닛산을 향한 자신의 애정은 변함없다고 강조하며 자신이 직원들과 함께 일본 경제와 경영에 이바지했다고 했다.
곤 전 회장은 자신이 이런 시련을 겪는 것은 음모와 모략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추진하던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합병 움직임이 누군가에게 확실한 위협이 됐고 미래에 닛산의 독립성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닛산의 독립성을 강력하게 지켜왔다”면서, 독립성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되기보다는 실적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곤 전 회장은 현재 경영진이 닛산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주가 하락과 실적 저하를 보면서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책을 내놓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기업가치를 창출하고 브랜드를 강화한 사람으로서 이런 무책임하고 혼란한 상황을 바라보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그는 "리더십이란 회사에 좋은 일을 위해 발휘되는 것"이라면서 상대와 합의하지 않았다고 독재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닛산과 르노의 최고경영자(CEO)를 겸했던 곤 전 회장은 독재 경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곤 전 회장은 현재 자신이 가장 바라는 것은 공정한 재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유능한 변호사 3명이 있지만 재판의 공정성을 안심할 수 없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자신은 결백하다고 거듭 밝혔다.
곤 전 회장은 이날 영상 성명은 미리 녹화해 놓은 것을 뒤늦게 공개한 것이다. 곤 전 회장은 당초 오는 11일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지만 지난 4일 일본 검찰에 다시 체포되면서, 영상 성명으로 대신했다.
곤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유가증권보고서에 보수를 실제보다 적게 기재한 혐의(금융상품거래법 위반)로 일본 검찰에 체포돼 구금됐다. 결백을 주장해온 곤 전 회장은 지난달 구금 108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이달 4일 회사법 위반(특별배임) 혐의로 다시 체포됐다.
곤 전 회장의 첫 체포 후 그를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한 닛산은 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그를 이사회에서도 쫓아내며, 20년 동안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이끌어온 ‘곤 체제’에 공식적으로 종지부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