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원 등 주민 2000여명은 정비계획안에 대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비계획을 수립했고 국제설계공모도 이행했는데 심의를 열지 않는 건 직무유기라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부동산 상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진 뒤에야 심의 일정이 확정될 것이란 입장이다.
박순규 서울시 공동주택과 과장은 "잠실5단지는 대단지인 데다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조합 측이 심의를 촉구하는 서류를 송파구에 전달했다. 구청이 검토를 마친 뒤 서류를 서울시에 넘겨주면 언제쯤 심의에 정비계획안을 상정할지에 대해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 주택정책은 국토교통부와의 협의와 공유도 필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당초 서울시는 잠실5단지 측에 교육청의 환경영향평가를 먼저 받고 오면 심의를 하겠다고 전했다. 조합은 환경영향평가서를 만들어 교육청에 제출했지만 교육청 측은 신천초 이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선 학교 이전이 주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 같은 교육청의 입장은 서울시와 교육청 간 해묵은 갈등과 연관이 있다. 서울시는 신천초 부지를 기부채납(공공기여)으로 인정할지 여부를 놓고 교육청과 갈등해왔다. 교육청은 신천초 부지를 기부채납받아 새로운 학교 짓겠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는 이 부지에 임대주택을 올리기 위해 부지를 매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매입비용은 시와 교육당국이 절반씩 부담하는 조건이다.
교육청은 기부채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신천초 이전도 없던 일이 될 수 있다고 간주해 교육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이 평가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공은 다시 서울시에게로 넘겨졌다. 서울시가 심의에서 학교 부지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해야만 환경영향평가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집값 자극을 염려하고 있어 관련 심의가 언제 열릴지는 미지수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학교부지와 관련된 교육청 입장을 이미 인지하고 있음에도 송파구 측 서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건 주민 집회 등으로 곤란해진 상황에서 내놓은 핑계 아니냐"고 되물었다.
9일 집회에서 정복문 잠실5단지 조합장은 "지난 12일 서울시가 발표한 도시·건축 혁신안에 따르면 시는 조합이 정비계획안 수립에 있어 서울시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설계공모를 진행할 경우 정비사업기간을 단축해주겠다고 하는데 이는 시가 우리 조합에 했던 요구와 결국 같다"면서 "우리는 서울시 혁신안을 진작 이행해 혁신안 시범단지로 볼 수 있는데도 아직까지 정비계획안이 확정고시되지 않았다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합은 이 같은 주장이 서울시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16일과 내달 14일에도 집회를 이어갈 뜻임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9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잠실주공5단지의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보류' 처리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층고 계획(최고 50층)이나 공공기여 등은 서울시의 기준을 충족했지만, 다른 지적 사항을 보완해야 하는 만큼 분과위원회(수권소위원회)로 정비계획안을 넘기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교육청과 서울시의 갈등, 집값 폭등 등 문제가 커지며 아직까지도 잠실5단지 정비계획안은 심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