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은 2003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18년 동안 경영수업을 거친 뒤 대한항공 사장에 올랐다. 다만 2015년 장녀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이후부터 '물컵 갑질', '폭행 및 폭언' 논란까지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오너 리스크가 불거졌다.
오너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조 회장이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여론은 악화됐다. 결국 조 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20년만에 대한항공 사내이사 자리를 내놓게 됐다. 도덕성 논란이 주가에도 악영향을 끼치자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며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했다. 대한항공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 적용 첫 사례라는 오명으로 기록됐다.
조 회장은 지난해 5월 10일 진에어 대표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2018년 3월23일 진에어 대표이사에 오른 뒤 49일 만에 자리에서 내려온 조 회장은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대표이사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다만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는 조 회장의 실리를 추구하는 경영스타일로 인해 대한항공의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회장에 오른 뒤 항공운송, 해상운송, 육로운송 등 운송물류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 특히 조 회장의 취항지를 결정하는 방식 등 현장을 누비는 실리형 경영 스타일은 업계에서 자주 회자된다.
대한항공은 2018년 3분기에 별도기준 매출 3조4097억 원, 영업이익 3928억 원을 냈다. 2017년 3분기보다 매출은 9.1%, 영업이익은 3.7% 늘어났다. 2018년 3분기 매출은 대한항공의 역대 최고 분기별 매출이다. 고유가로 항공업황이 매우 좋지 않았지만, 영업이익도 2017년 3분기보다 성장했다. 대한항공은 2018년 3분기에 다섯 개 상장 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2017년 3분기보다 증가시켰다.
안전에 대한 수준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 회장은 1997년 보잉747 괌 추락 사고 등을 계기로 대한항공의 안전 기준을 미국 연방항공청(FAA) 수준으로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워 다국적 전문가들의 컨설팅과 해외 안전 전문가 등을 영입했다. 대한항공은 ‘절대안전운항체제’ 구축에 주력했고, 2000년 이후 단 한 건의 인명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조 회장의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역할도 주목받았다. 조 회장은 2009년 9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지구 16바퀴 거리인 64만km를 돌며 34개의 해외 행사를 소화했고, 이후 2012년 올림픽 유치 공로로 국민훈장 무궁화상을 받았다.
국적 항공사 오너로서 폭넓은 인맥도 대한항공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조 회장은 델타·에어프랑스 등과 국제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 설립을 주도해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 항공사’ 반열에 올려놓았다. 19개 회원사가 175개국 1150개 취항지를 연결하는 스카이팀은 매일 전 세계에서 1만4500편을 운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