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살짝 받아야 장수합니다

2019-04-0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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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이 만난 사람 ⓸ 세계적인 장수학자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 교수

[사진=박승호 기자]



널리 알려진 속설(俗說)이지만 ‘노년 빈곤(貧困)’은 인생 3대 재앙에 속한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효도가 윤리의 핵심이었다. 대가족의 경제생활을 영위하자면 현실적으로 노인들의 지혜와 자녀 돌봄이 필요했다. 하지만 급속한 산업화와 함께 대가족이 붕괴하고 핵가족시대가 도래하면서 전통적인 노인 복지 시스템이 무너졌다. 노인들의 복지를 챙겨줄 새로운 시스템은 완비가 되지 않았는데 젊은 세대는 자기들 살기에 쫓겨 부모 봉양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자살율이 2009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해한 해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이 OECD 국가중에서 높은 편이다. 중산층 이상 노인의 경우에는 자산으로 깔고 있는 돈이 많다고 하지만 가처분 소득이 적다. 결국 행복을 위해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은 것이다.

박상철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생화학을 전공해 1980년~2011년 모교에서 생화학 교수로 봉직했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소장, 가천대 이길여 암당뇨연구원 원장, 삼성전자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웰에이징연구센터장,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좌교수를 지냈다. 그는 실험실과 연구실에 머무르지 않고 장수 노인들이 사는 산골 벽지와 세계각국의 장수촌을 찾아가 백세 노인들을 인터뷰하며 현장연구를 했다. 올해 71세로 광주에 내려가 전남대 연구 석좌교수로 노화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노인 자살은 몸이 아프거나 가난, 외로움 등이 주요 이유다. 젊은 세대들이 직장을 찾아 도회로 가면서 결국 지방에 남아 있는 노인들이 외로워지고 어려워진 것이다. 자식이 모시거나 자주 와서 챙겨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 도시 노인 문제는 어울릴 사람이 없다는 데서 오는 외로움이다.”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오래 살고 노년에 더 잘 적응하는 것 같다.
“평균수명이 남자가 79, 여자가 86이다. 남녀 합쳐서 평균수명이 82~83정도로 올라와 있다. 건강수명은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아가는 연령이다. 평균수명보다 7, 8년 짧다. 이를 일치시키는 것이 건강 보건학의 가장 큰 과제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젊었을 때 일찍 죽는다.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차이다. 테스토스테론은 공격적이고 에스트로겐은 방어적이다. 염색체의 완전도도 다르다. 남성은 치유의 기능을 가진 X염색체가 하나 뿐인데 여성은 한쌍이다. 여자들은 월경을 하면서 피를 일정량을 내보내는 데 이로 인해 철이 함유된 헤모글로빈이 줄어들게 된다. 철분이 누적되면 유해산소가 많아진다. 남성보다 여자들은 위험한 일에 접촉이 적다. 여자들은 자식을 키우는 목적 때문에 훨씬 자기 보호적이다.”

-일본은 장수노인이 많아 세계 최고의 고령화 사회다. 일본 사람들이 장수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음식을 놓고 보면 일본 사람들은 해물을 많이 먹는다. 낫또도 좋다고 하는데 소위 관서 지방과 관동 지방이 다르다. 낫또를 먹냐 안먹냐에 따라 골다공증 발생 빈도가 차이 난다. 소식(小食)을 하기 때문에 총섭취 에너지가 서구인에 비해 30% 가량 낮다.

일본 사람들은 깨끗하고 위생적이다. 장수학에서는 이것을 중요하게 본다. 목욕을 자주 한다. 물론 습도가 높으니 자주 씻을 수밖에 없지만…”

박 교수는 국내외 장수 지역를 찾아가 백세노인들을 만나 장수에 관한 현장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다. 장수학과 관련한 저서만도 10여권에 이른다. 2012년에 펴낸 ‘당신의 백년을 설계하라’는 책에는 어느 고령 CEO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100세 가까운 나이에도 회사를 경영했다. 아내와 사별한 뒤 31살이나 젊은 신부와 재혼하고 빡빡한 국내외 여행 스케줄도 거뜬히 소화했다.

그의 장수비결은 50대 이후 생활 습관을 전면적으로 바꾼 것이다. 하루 서너 갑의 담배를 피우고 두어 병의 양주를 마시던 그는 어느 날 갑작스레 쓰러져 사경을 헤맸다고 한다. 천만다행으로 의식을 회복하자 철저하게 생활습관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 분이 아직 살아 계시냐”고 묻자 “101세에 돌아가셨다”는 답이 돌아왔다.
-담배는 백해 무익하지만 술은 조금 마시면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도 있고, 한잔도 안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학계에서 합의가 되지 않은 것 같아요.

“유-커브(U-curve) 이론이 있습니다. 음주량과 사망률의 관계를 보면 많이 마시는 사람이 사망률이 높지만 전혀 안 먹는 사람 보다는 적절히 마시는 사람이 오래 삽니다. 적절한 음주는 건강에 괜찮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강연할 때, 적절한 음주(moderate drinking)는 건강에 유익하다고 했더니 WHO 사람들이 그런 말 하지말라고 비판하더군요. 그러나 하루에 한 두잔 정도는 좋습니다. 실제로 장수하는 사람들이 꽤 술을 마십니다.”

내가 “술 한 두잔 마시면 몸에 이롭다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한두 잔에서 브레이크가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하자 박 교수는 “바로 그게 문제”라고 맞장구를 쳤다. 나 자신의 경우에도 와인을 한두 잔만 마시려고 개봉했다가 반 병을 비우거나 막걸리를 반병만 마시려고 시작했다가 한병 다 마시는 일이 잦다.

“레드와인에는 폴리페놀과 탄닌 등 몸에 좋은 성분이 많다. 술은 혈류 개선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많은 양이 들어가면 신체에 무리를 주게 된다.” 실제로 심장이나 뇌혈관 질환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하는 환자들에게 하루에 레드 와인 한잔 씩 하라고 권유하는 의사들도 있다. 적절한 알코올은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전환에도 도움을 준다.
 

박상철 전남대 교수[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우리가 흔히 ‘장수(長壽) 집안’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장수는 DNA가 중요한가. 아니면 환경이 중요한가. 생활습관이 중요한가.

“장수는 집 짓기와 같다. 기초, 기둥, 지붕이 함께 튼튼해야 장수한다. 3박자가 맞아야 한다. 기초적인 조건으로는 유전자 요인도 있다. 남자냐 여자냐, 그리고 성격, 환경과 같이 다 주어진 것들이 있다. 지붕 요인으로는 의료 시혜, 사회적 안전망, 정치경제적 안전 등의 사회적 조건이 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기둥 요인으로는 영양, 운동, 관계, 참여 등이 있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끄는 유전적 요인은 20~30%가 넘지 않는다. 따라서 후천적인 노력이 더 중요하다.”

일본의 도쿄 노인종합연구소가 지난 30여년간에 걸친 추적조사를 한 결과 1977년 70세였던 사람의 건강 상태가 30년이 지난 2007년 87세인 사람과 건강상태가 비슷했다. 영양, 의료, 사회안전 시설, 생활습관의 개선 등이 미친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농담 삼아 하는 말에 지금의 나이에 0.7을 곱한 것이 옛날 어른들의 나이와 같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니까 옛날에는 60이면 환갑노인이라고 하고 오래 살지 못했지만 지금의 60세는 옛날 40대 초반의 나이와 같다는 뜻이다.

“맞다. 노인이 많아지면 아픈 사람이 많아질 거라 걱정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미국 국립 노화연구소의 연구결과를 보면 놀라운 사실은 고령사회에서 장애노인의 증가가 예상치보다 현저히 낮았다.”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무한정 늘어나는 것인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저럼 어떤 시점을 넘어서면 상승곡선이 꺾이지 않겠나.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도 있고 에너지총량 한계 법칙도 있다. 그래서 느긋하게 살면 오래 산다는 것이다. 1950년대 레이먼드 펄이 “게으른 사람이 오래 산다”고 하여 한때 세상에 회자된 적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1950~60년대 얘기로 지금 세상에는 맞지 않는다. 일을 하고 노력하면 할수록 평균수명이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러면 200살 300살까지도 살 수 있다는 것인가.
 

박상철 전남대 교수[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그것은 학계의 가장 큰 숙제다. 1999년에 국제학회 할 때 평균수명의 한계가 몇 살인지 토의를 했다. 그 때 나온 나이가 85세였지만 지금은 평균수명이 85세를 진즉 돌파했다. 이제는 평균 수명이 인간의 최대 수명에 접근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모든 사람들이 주어진 생명을 최대한 향유하도록 하자는 의미다. 그러나 학자들도 최대 수명의 한계에 대해서는 논쟁 중이다. 150세까지 갈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 아직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 중에 장수인들이 많다. 아브라함은 175세, 이삭은 180세, 야곱은 147세다. 종교적 신화(神話)일 것이다. 이런 연령의 장수인을 이야기 할 때 박 교수는 출생기록이 명확하게 존재하는 사람만을 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늘 듣는 이야기가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라는데, 박 교수는 책에서 스트레스를 현명하게 극복하는 사람이 오래 산다는 논리를 펴더라.

“국제노화학회 학자들이 장수비결에 대해 논의를 해서 3가지가 중요하다고 결론을 냈다. 적절하게 먹자, 적절하게 운동하자, 적절하게 스트레스 받자. 운동을 안 해도 너무 많이 해도 안 된다. 스트레스도 너무 없어도, 너무 많아도 안 된다. 스트레스를 적절히 받으면 우리 몸에서 저항력이 생긴다. 스트레스가 없으면 저항력이 약해지는 것이다.”

-교양인들 사회에서는 감정 표현을 강하게 하는 사람을 낮춰보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박 교수의 책에는 감정 표현을 제때 하는 것이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라고 써있더라.

“감정을 표현하더라도 뒤끝이 없어야 한다. 감정 표현하고 나서 질질 끌면 안 된다. 한번 악 쓰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장수인 공통적인 특징은 한번에 풀고 턴다.”

그러면 “나이 먹으면 교양 없이 살아야 하겠다”고 말하자 그는 “나이 먹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사람들이 이해해주지 않겠는가. 하하”라고 받았다.

필자의 종교를 말하라면 무교(無敎)에 가깝다. 그러나 산에 가면 부처님에 절하는 와이프 따라서 절을 한다. 한국에는 나 같은 ‘등산 불도’가 많다. 미국 생활할 때는 교민 사회와 어울리느라 교회에 다녔다. ‘연수 기독교’다. 굳이 개인적 종교철학을 말하라면 무신론은 아니고 불가지론자(不可知論者. Agnostic)에 가깝다.

-교회, 절 등에 규칙적으로 다니는 사람이 오래 산다는 말이 있더라.

“종교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다. 정신적인 안정을 취한다. 그런 것이 영육의 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죄를 안 지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과도한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 사회상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무엇을 하더라도 옵티멈(optimum. 최적의 상태) 선상에서 돌아올 수 있다.”

-영국에서 발간되는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4,5월호 특집이 커버스토리로 ‘칼로리’를 다루었다. 흥미로운 얘기 중 하나는 설탕업자들이 미국 하버드 대학 등에 연구비를 지원해 지방이 몸에 해롭다는 연구논문이 많이 나왔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진정으로 몸에 해로운 것은 설탕이고 지방은 오히려 필요하다는 논거를 펴고 있다.

“개별적 영양소도 중요하지만 먹는 양(量)도 중요하다. 예로부터 불로장생식이 많이 전해진다. 그러나 블로장생식에 관한 특별한 식재료의 논리는 다 허물어지고 이제는 소식(小食)해야 오래 산다는 논리가 팽배하고 있다. 내 입장은 무엇인가? 진짜 장수지역에 사는 장수인들이 평생 무엇을 먹고 사는가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한 장수 지역 식단이 바로 장수식이다. 토탈 푸드(total food)의 개념이 중요하다. 지중해 식단, 오키나와 다이어트 등이 나왔다. 이런 다이어트의 특징은 음식을 고루 다양하게 먹는 것이다. 어떤 재료와 어떤 조리방법을 써서, 어떻게 보존을 해서 먹느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전통식단은 장수식단이다. 야채를 많이 먹고, 무쳐서 먹고, 발효시켜서 먹었다. 장수식단이라는 것은 이 사람 저 사람의 학술적 주장이 아니다. 전통사회에서 먹었던 것을 과식하지 말고 편안하게 먹자. 가장 행복한 것은 음식에서 찾는다.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이 분위기다. 맛을 이야기할 때 3단계로 말한다. 1단계는 달고 짜고 시고 한 케미컬(chemical) 단계. 2단계는 씹히는 맛의 물리적(physical) 단계다. 3단계는 누구랑 먹느냐 하는 소셜 테이스트(social taste) 단계다. 1단계 2단계보다는 3단계가 더 중요한 맛을 가져온다. 따라서 가족과 화목하게 어울려서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세계적 장수지역인 지중해 지역 식단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가족이 같이 모여서 보통 2~4시간에 걸쳐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장수식이다. 과학기술 어쩌고 하면서 성분만 따지는데, 양도 중요하고 먹는 태도가 중요하다.”

장수이야기 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 쇼치 사부로(曻地 三郎) 박사다. 2013년 107세로 타계했다. 그는 65세때 한국어를 배웠고 80세에 중국어, 100세 때 러시아어를 습득했다고 한다.

-쇼치 박사 정도는 아니지만 요즘 우리 노인들도 여유계층에서는 요리 댄스 노래 학원을 다니며 사교육비를 많이 쓴다. 이런 학습이 건강생활과 치매방지에 도움이 되느냐?

“내가 강조하는 것이 하자, 주자, 배우자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배워야 한다. 늙을수록 배워야 할 것도 줄 것도 많다. 육체적으로는 몸을 움직이는 것 배워야 하고 정신적으로는 지적인 것을 배워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적 트레이닝이다. 통상 나이 들수록 잘 안 하려고 한다. 쇼치처럼 외국어를 배우고 새로운 문화를 학습하는 것은 인지능력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된다. ”

-과거에는 나이 차가 많이 나면 결혼을 꺼렸는데 장수시대가 되면 10살 차이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나이 차이 따지지 마라. 오래 살게 됐으니 우리에게 많은 기회가 열린 것이다. 나이차이 따지던 것은 50년 전 이야기다. 내가 올해 100세인 김형석 교수님을 재작년에 50년 만에 만났다. 50년 전이랑 똑같았다. 말씀하시는 태도며 어조가 여전했다. 그런 김 교수님도 백세 사랑을 해보고 싶다지 않은가.”

-김형석 교수는 어려서 약골이어서 어머니가 단명할까봐 무척 걱정을 했다고 하는데…

“약골이니 더 조심해서 살지 않았겠느냐. 김형석 교수는 차를 없앴다. 항상 걸어 다녔다.매일 뒷산에서 한시간 이상 걷는다고 한다.”
 

박상철 전남대 교수[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나이 들어서도 빛나는 인생, 행복한 인생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게 하자 주자, 배우자, 3자다. 망설이지 말고 해라. 이 나이에 하면 되겠나 하는데 그러지 마라. 내 가치를 키워야 한다.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함께 해야 한다. 나이 들어서 혼자 하면 얼마 못가서 끝나버린다. 나이가 들면서 주자도 매우 중요하다. 참여복지로 가야 한다. 내가 참여해서, 내가 행동해서 기여하는 데 가치를 둬야 한다. 그러려면 배워야 한다. 웃는 이야기로 공자, 맹자 다음이 3자다.

-내가 안 물어봐 못한 이야기가 혹시 있나?

“내가 던지는 키워드는 ‘노인 독립운동’이다.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살자. 내가 건강하게 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내가 할 것은 누구에게 부탁하지 말고 하자. 이웃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자. 스스로 돕고 공생하자 이것이다.”

그와 인터뷰를 끝내고 광화문에서 종로3가 탑골공원까지 함께 걸어갔다. 낙원상가 앞길에서 두 남녀가 각설이 타령 공연을 했다. 수십 명의 노인들이 구경을 하고 있었다. 탑골공원에 나와 소일을 하다가 무료급식을 이용하는 노인들이다. 박 교수는 “노년에 탑골공원에 나와서 저렇게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부와 사회가 아픈 사람만 신경 쓰지 말고 절대 다수인 건강한 노인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와 사회와 가정이 그들이 무엇이든지 일을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박 교수의 아버지는 93세로 재작년에 세상을 떴고 어머니는 올해로 91세. 박 교수는 장수 DNA도 갖췄으니 장수학(長壽學)의 권위를 위해서도 백세 기록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우리는 탑골공원의 노인들을 배경으로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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