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매년 위암으로 인해 50만명이 사망한다. 전 세계 위암 환자의 절반이 중국인이라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위암 진단 후 5년 넘게 생존할 확률은 35.9%에 불과하다. 일본(60.3%), 한국(68.9%)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중국 정부가 '건강중국 2030계획'을 발표해 모든 암의 진단 5년 후 생존율을 15% 높이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한 이유다.
사실 말기 위암의 경우 생존율은 20% 미만이지만, 조기에만 발견해 치료해도 생존율을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위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꼭 필요한 게 바로 위 내시경, 그중에서도 구역질을 유발하지 않고 캡슐 하나로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는 위 캡슐 내시경이 각광받고 있다. 환자가 캡슐을 삼키면 자기장을 이용해 캡슐이 마치 로봇처럼 위 속을 돌아다니도록 해서 실시간 영상을 전송토록 하는 방식이다.
중국의 위 캡슐 내시경 1인자가 바로 안한과기(安翰科技·안콘)다. 소프트뱅크차이나(SBCVC), 중국 부동산 재벌2세 왕쓰충(王思聰), 신시왕(新希望)그룹 류융하오(劉永好)······ 모두 안콘의 든든한 투자자들이다.
이러한 배경엔 끊임없는 연구개발(R&D) 투자가 자리잡고 있다. 안콘이 지난해 R&D 비용으로 지출한 액수만 7844만8100위안(약 132억6700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했다.
2009년 12월 후베이성 우한의 과학기술개발구로 불리는 광밸리(光谷)에서 창업한 안콘은 사실 올해 중국 선전거래소의 벤처기업 전용증시인 창업판에 상장하려 했다가 막판에 커촹반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커촹반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안콘은 최대 4000만주를 발행해 12억 위안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조달한 자금은 우한 바이오기지 업그레이드, 인공지능(AI) 건강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연구개발, 인터넷 플랫폼 및 마케팅 네트워크 구축, 경영자금 보충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안콘은 커촹반 상장기업 요건 다섯 가지 중 네 가지에 부합할 정도로 기업 경영도 안정적이라는 평이다. 지난해 매출은 3억2200만 위안으로, 지난 2016년부터 3년간 매출은 연간 67.44%씩 고속 성장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말 순익은 6594만 위안이다. 다만 정부보조금 등을 제외한 비경상손익을 제외하면 실제 순익은 약 2540만 위안 정도다. 2016~2017년엔 정부보조금을 제하면 사실상 적자를 기록했는데, 최근 들어 정부 보조금 의존도를 차츰 낮춰가는 모습이다.
2018년말 기준 총 자산은 7억4017만 위안으로, 2016년부터 연 평균 80% 이상씩 증가했다. 직원 수는 현재 544명에 달한다. 지난 2017년 말까지 모두 6차례 걸쳐 이뤄진 자금조달을 통해 매겨진 시장가치는 59억6000만 위안이다.
물론 안콘에 대한 투자 리스크도 존재하는게 사실이다. 우선 안콘의 위 캡슐 내시경 매출이 중국 건강검진 기업 중 하나인 메이녠다젠캉(美年大健康)이라는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콘에 따르면 메이녠다젠캉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76%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이에 안콘은 최근 다른 건강검진 기업, 병원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위 캡슐 내시경 제품 하나가 안콘 전체 매출을 책임지고 있는 것도 투자자들의 우려하는 문제다. 이에 안콘은 최근 의료기기 관련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신제품 개발 후 상용화 실패 등에 따른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투자설명서엔 적시돼 있다.
그럼에도 안콘의 향후 투자 전망은 밝다는 게 시장의 의견이다. 중국인들의 소득수준 증가와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 높아지면서 건강검진 시장의 고속 성장이 기대되면서다. 현재 중국에서 매년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인구는 전체 14억 인구의 2.2%에 불과할 정도로, 건강검진 시장 잠재력은 크다. 그리고 건강검진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위내시경 검사다.
안콘도 투자설명서를 통해 2017년 350억 달러(약 40조원)에 달했던 전 세계 의학용 내시경 시장 규모가 올해 400억 달러로 예상된다고 전 세계 의학용 내시경 시장의 연간 성장률은 7% 이상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핑(華平) SBCVC 파트너는 "안콘에 거액을 투자하는 이유는 그만큼 글로벌한 기업이고, 지속적인 혁신을 이어가고, 판매시장도 거대하기 때문"이라며 "안콘에 더 많은 '탄약'을 제공해 안콘의 글로벌화를 돕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