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한달이 지났다. 그동안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과 머리를 맞대고 흐트러진 대북 제재 전열을 재정비했고, 북한은 새로운 해법을 찾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와 전략적 밀월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최근 가장 큰 움직임은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의 러시아 방문이다. 김 부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해 지난 25일(현지시간)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외방문 의전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로, 그의 이번 방문으로 김 위원장의 방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김 위원장의 방러가 성사되면 집권 후 그의 첫 방문이다.
특히 이날 리수용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으로 추정되는 고위급인사가 베이징을 급히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다수의 해외소식통들은 "리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방중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주목할 점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25일(현지시간)부터 베이징을 방문 중이라는 것이다. 비건 대표는 중국 측에 북한 비핵화 문제와 대북 압박을 위한 제재 이행 공조를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베이징에서 북·미 간 모종의 접촉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고위 외교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우방국인 동시에 대북 제재의 키를 쥐고 있는 국가라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나름의 제재 완화를 노려볼 수 있다"면서 "미국의 압박이 강화된다면 북한은 이들(중국, 러시아)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핵 군축회담을 하는 쪽으로 판을 벌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