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가 일대일로 사업 부채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보도했다.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추진한 철도 사업 참여 과정에서 중국에 빚진 수십억 달러 채무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자, 재조정에 나선 것이다.
테쇼메 토가 중국 주재 에티오피아 대사는 SMCP와 인터뷰에서 “아디스아바바와 인근 도시 지부티를 잇는 철도 건설을 위해 중국의 금전적 도움을 받았지만, 부채 부담이 커서 이에 초점을 맞춘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채무 재조정 작업은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해 의견 차이를 좁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지난 2017년 수에즈운하, 홍해에 가까운 지부티에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한 바 있다. 제해권과 에너지 수송로 확보를 위한 중국의 이른바 '진주 목걸이'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중국은 지부티를 일대일로 전략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지부티에 투자를 급격히 늘렸다. 해당 철도 건설도 이중 하나로 5년에 걸친 공사 끝에 지난 2017년 1월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당초 기대했던 제조·수출업체의 이용률이 낮아, 철도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에티오피아는 외환위기로 인해 전기공급도 불안정한 상황이라 열차 운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 철도 사업으로 중국에 갚아야 하는 빚만 40억 달러에 달하자, 아비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는 지난해 9월 빚 상환 기한을 1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하기로 중국과 합의하기도 했다.
토가 대사는 다만 철도사업이 일대일로 참여국에 과도한 부채 부담만을 안기는 '부채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비난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에티오피아는 여객과 화물 운송 분야에서 잠재력이 큰 나라로, 해당 철도는 에티오피아의 생산성 증가와 수출확대에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며 “경제적 측면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프리카를 ‘빚의 덫’에 빠뜨리고 있는 일대일로를 바라보는 국제사회 시선은 곱지 않다. SCMP는 "중국은 아프리카 최대 교역국이 됐지만 다수 국가들이 부채 재조정을 요구하는 등 일대일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에 맞서 미국, 프랑스 등도 일대일로 사업을 비판하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 확대를 약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를 만나 일대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국이 체결한 MOU는 구속력을 가진 국제조약은 아니지만, 이탈리아가 주요 7개국(G7) 가운데 일대일로에 동참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됐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