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한·미', 밀착하는 '북·중·러'…중재자 한국 운명은?

2019-03-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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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제재·남북경협·북한인권 등 사안마다 한·미 다른 목소리…불편한 동거

북한, 대북제재 충격 해소 위해 중·러 관계 띄우기 돌입

미국, 유럽과 대북제재 공조 굳건히 하면서 중국 압박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돌연 북측 철수..."중재자 한국의 숙제, 더 복잡"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와 제재, 남북경협, 북한 인권 등을 놓고 한·미가 연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양국 신뢰에 균열이 생기는 틈을 타 북한이 중국·러시아와의 밀착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대북제재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경제제재의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러시아 관계를 띄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까지 돌연 철수했다. 한국의 ‘적극적 중재자’ 역할에 미국과 북한 모두 등을 돌리면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촉진자 역할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24일 외교가에 따르면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했다가 4박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출발했다. 김 부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사로 불리는 인물로, 이번 러시아 방문을 통해 김 위원장의 방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수의 해외 소식통은 그가 러시아에 머무는 동안 크렘린궁 행정실을 찾아 러시아 측과 김 위원장의 방러 일시와 장소, 동선, 의전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장이 귀국길에 중국이 아닌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난 사실 역시 그의 추가 시찰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김 부장에 앞서 지난 6일에는 김영재 북한 대외경제상이, 14일에는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각각 알렉산드로 코즐로프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부 아태지역 담당 차관과 회담을 갖고 북·러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북한은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우방국인 중국·러시아와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중국을 네 차례 이상 찾아가면서 북·중관계를 견고히 다졌다. 특히 올해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양국 사이의 새로운 관계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르면 4월께 평양 답방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맞서는 미국은 유럽과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최근 영국·프랑스·독일 3개국 카운터파트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대한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유엔안보리 패널보고서와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회사 2곳의 미국 독자제재를 통해 북한과 중국에 강력한 압박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한반도 비핵화 해결 문제에 한국만 또다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에 힘을 보탠다.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의 견고함에 관한 지적이 나올 때마다 “양국은 긴밀히 소통하고 있고, 공조는 굳건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 과정에선 미국에서 비핵화 협상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받지 못했고, 대북제재와 비핵화 로드맵 등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내면서 미국 신임을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2일에는 북측이 개성남북연락소의 돌연 철수를 결정하면서 남북 대화채널 단절 움직임도 곳곳에서 포착되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연락사무소 실무회의 격인 소장회의가 북측 불참으로 3주간 열리지 않았는데도 북측의 철수 통보 직전까지 이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관계자는 “비핵화 해법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남북경협을 강조하는 상황에 대해 미국이 굉장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북핵 문제에 관한 접근법을 두고 갈등이 심화될 때마다 북한이 한국을 불신하고, 중·러와의 관계를 과도하게 밀착시키면서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가 훨씬 더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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