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회적 대타협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말투에는 결기가 느껴질 정도였고, 목에는 핏대가 수차례 섰다.
지난해 5월 민주당 원내사령탑에 오른 홍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홍 원내대표는 오는 5월 임기를 마친다. 지난해 9월 정기국회에는 이해찬 대표가 연단에 올랐었다.
노동전문가로 통하는 홍 원내대표는 1982년 한국GM 전신인 대우자동차에 차제부 용접공으로 입사해 현장 노동운동가 생활을 시작했다.
특히 1992년 창설을 준비 중이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준비위원회의 준비위원을 맡아 국내 양대 노총 중 하나인 민주노총 창설에 기여를 했다.
이날 대표연설이 화제가 된 이유도 이 같은 홍 원내대표의 ‘전력’ 때문이었다. 집권여당 원내대표, 그것도 노동계 ‘대선배’인 그의 발언에 무게감이 실릴 수밖에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노조 출신’인 홍 원내대표는 파업을 거듭하고 있는 강성 노조에 비판적 행보를 이어왔다.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홍 원내대표가 노조 문제에 대해 상당한 책임의식이 있는 것 같다”면서 “원내대표로서 집권 3년 차로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안정적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원내대표는 사회적 대타협의 사례로 광주형 일자리 합의와 택시-카풀 합의를 예로 들었다. 그는 “노동계는 ‘해고는 살인’이라며 유연성 확대를 거부하고, 경제계는 안정성을 강화하면 기업에 부담이 된다고 반대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노동 유연성 확보와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민감한 인력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업무량의 증감에 따라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노동개혁 담론에 당·정·청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분명한 것은 당장 ‘친정’인 노조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점이다.
실제 민주노총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소득주도 성장’ 표현이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은 대신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주문하는 모습에서 오만한 편향성을 드러냈다”면서 “제도적·관행적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기울어진 운동장에 매달린 노동자에게 끊임없이 양보와 타협을 종용하는 모습을 보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현재도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 ‘노동정책 우경화’를 하고 있다”며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고 있다.
또한 홍 원내대표는 ‘제조업 르네상스’와 ‘규제 샌드박스’, ‘혁신성장’ 등 문재인 정부 3년 차의 성장 전략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라도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2030년까지 매년 1조원씩 소재 및 부품산업 R&D에 투입하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 전지 투자도 늘리고 2028년까지 인공지능 반도체 등 선행기술 개발에 2조원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정부 여당은 혁신성장의 속도를 높여 ‘제2의 벤처붐’을 만들겠다”면서 “2022년까지 벤처 지원을 위해 12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유니콘 기업도 20개로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하도급법 개정, 공정거래법 개정, 사회안전망 강화를 통한 ‘포용 국가’ 실현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