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궁중회화 ‘기사계첩’ 국보 지정

2019-03-0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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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진언집 목판 등 5건은 보물 지정

[문화재청]

문화재청이 18세기 초 대표 궁중회화로 꼽혀 온 보물 제929호 ‘기사계첩’을 국보로 지정하고, ‘제진언집 목판’, ‘고려 천수관음보살도’를 포함한 고려 시대 불화, 조선 시대 목판과 경전 등 5건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6일 밝혔다.

국보 제325호 기사계첩은 1719년(숙종 45년) 숙종이 59세로 기로소에 들어간 것을 기념한 행사에 참여한 관료들이 계를 하고 궁중화원에게 의뢰해 만든 서화첩이다. 행사는 1719년에 시행됐으나, 참석자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1720년에 최종 완성됐다.

계첩은 행사에 참여한 관료들이 계를 조직해 만든 화첩으로, 참석한 인원수대로 제작해 나눠 가진 것이 풍습으로 오늘날 기념사진과 유사한 기능을 갖고 있다. 기로소는 70세 이상, 정2품 이상 직책을 가진 노년의 문관들을 우대하던 기관으로 1719년 당시 숙종이 59세여서 기로소에 들어갈 시기가 되지 않았지만 태조 이성계가 70세 되기 전 60세로 들어간 전례에 따라 입소했다.

계첩은 기로신 중 한 명인 문신 임방(1640~1724년)이 쓴 서문과 경희궁 경현당 연회 때 숙종이 지은 글, 대제학 김유(1653~1719년)의 발문, 각 의식에 참여한 기로신들의 명단, 행사 장면을 그린 기록화, 기로신 11명의 명단과 이들의 반신 초상화, 기로신들이 쓴 축시 등으로 구성됐다.

계첩에 수록된 그림은 화려한 채색과 섬세하고 절제된 묘사, 명암법을 적절하게 사용해 사실성이 돋보이는 얼굴 표현 등 조선 후기 ‘궁중행사도’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가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첩의 마지막 장에 제작을 담당한 도화서 화원 김진여, 장태흥 등 실무자들의 이름이 기록된 것도 다른 궁중회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징이다.

색채와 구도, 세부 표현에 있어 조선 시대 궁중회화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온 작품으로 18세기 이후 궁중행사도 제작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제작 당시의 원형을 거의 상실하지 않았을 정도로 보존상태가 좋고 그림의 완성도가 높아 조선 시대 궁중회화의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어 국보로 승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보물 제2014호 제진언집 목판은 1658년(효종 9년) 강원도 속초 신흥사에서 다시 새긴 ‘중간 목판’으로, 불정심다라니경, 제진언집목록, 진언집등 3종으로 구성됐다. 이 목판은 1569년(선조 2년)에 전라북도 완주 안심사에서 처음 판각됐으나, 안심사본 목판은 현재 전하고 있지 않아 신흥사 소장 목판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판본에 해당한다.

한글, 한자, 범어가 함께 기록된 희귀한 사례에 속하고, 16~17세기 언어학과 불교 의례 연구에 도움이 되는 자료로 신흥사가 동해안 연안과 가까워 수륙재 등과 관련된 불교 의례가 빈번하게 시행된 사실을 고려할 때 강원도 지역의 신앙적 특수성과 지리‧문화적인 성격 그리고 지역 불교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 가치가 크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수륙재는 물과 육지에서 헤매는 외로운 영혼을 달래며 법회를 하고 음식을 베푸는 불교의 의식을 말한다.

보물 제1306-2호 묘법연화경은 조선 초기 명필가 성달생과 성개 형제가 부모의 명복을 기원하기 위해 법화경을 정서한 판본을 바탕으로, 1405년(태종 5년) 전라북도 완주 안심사에서 승려 신문이 주관하여 간행한 불경이다.

7권 2책으로 구성된 완질본으로 권4에는 변상도(불교의 교리나 경전 내용을 알기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그림)가 6면에 걸쳐 수록돼 있고, 판각도 정교하다. 구결이 전반적으로 표기돼 있고 한글로 토가 달려 조선 초기 국어사 연구 자료로도 가치가 있으며 판각 이후 오래되지 않은 시기에 인출된 책으로, 간행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고 발문을 통해 조선 초기 불경의 간행 방식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서지학과 불교사 연구에서도 학술 가치가 높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보물 제2015호 고려 천수관음보살도는 14세기경에 제작된 고려 시대 작품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의 자비력을 극대화한 불화다. 이 불화는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변색됐으나, 11면의 얼굴과 44개의 손을 지닌 관음보살과 화면 위를 가득 채운 원형 광배, 아래쪽에 관음보살을 바라보며 합장한 선재동자, 금강산에서 중생이 떨어지는 재난을 묘사한 타락난 등 관음신앙과 관련된 경전 속 도상을 구현했다. 고려 불화 중 현존 유일하게 알려진 천수관음보살도일 뿐 아니라 다양한 채색과 금색 물감(금니)의 조화, 격조 있고 세련된 표현 양식 등 고려 불화의 전형적인 특징이 반영된 작품으로, 종교성과 예술성이 어우러진 작품이라고 문화재청은 평가했다.

보물 제2016호 불정심 관세음보살 대다라니경은 관세음보살의 신비하고 영험한 힘을 빌려 이 경을 베끼거나 몸에 지니고, 독송하면 액운을 없앨 수 있다는 다라니의 신통력을 설교한 경전으로 권말의 발문과 시주질(시주 명단)을 바탕으로 1425년(세종 7) 장사감무 윤희와 석주 등이 돌아가신 부모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자신과 가족의 다복, 사후 정토에 태어날 것을 발원해 판각한 경전임을 알 수 있다.

3권 1첩으로 구성된 수진본(옷소매에 넣을 수 있는 작은 크기의 책자나 두루마리)으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판본이자 국보․보물 등으로 지정된 유사한 사례가 없어 희소성이 있다. 조선 초기의 불교 신앙과 사회사, 목판인쇄문화를 살필 수 있는 경전이다.

보물 제2017호 경산 신대리 1호 목관묘 출토 청동호랑이모양 띠고리는 2007년 경상북도 경산 신대리 1호 목관묘에서 출토된 유물로 일반적으로 ‘호형대구(호랑이모양 띠고리)’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고, 의복과 칼자루 등에 부착한 장식품이다. 호형대구 혹은 마형대구 등으로 분류되는 동물형 띠고리는 북방계 청동기 문화와의 관련성이 일찍부터 논의됐고, 청동기 시대부터 초기철기 시대의 지배층을 상징하는 중요한 위세품으로 주목받아 왔다.

지금까지 ‘청동호랑이모양 띠고리’는 현존 수량도 적지만, 대부분 파손상태가 심하거나 정식 발굴품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지정하는 경산 신대리 1호 목관묘 출토 청동호랑이모양 띠고리는 유사한 양식의 호형대구 중에서 보존 상태가 가장 좋고 뛰어난 주조기법으로 제작된 금속공예품이자, 정식 발굴조사로 출토 위치와 공반유물 등이 모두 밝혀진 중요한 예로 역사적․문화사적 가치가 높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이번에 지정한 경산 신대리 1호 목관묘 출토 청동호랑이모양 띠고리는 발굴출토품에 대한 문화재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2016년부터 문화재청이 추진하고 있는 중요 매장문화재에 대한 국가지정문화재(국보․보물) 지정 사업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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