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에서 ‘중국제조 2025’가 이례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을 이루는 가운데 중국 첨단제조업 발전 정책을 표적으로 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중국이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건 피하고 있지만 중국의 첨단 제조업 발전 추진 전략엔 변함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지난 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2시간에 걸쳐 낭독한 총 35페이지, 2만자 남짓의 정부업무보고에서는 중국제조 2025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홍콩 명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이 6일 보도했다.
리 총리는 앞서 지난 2016년 업무보고에서는 중국제조 2025이 가동단계에 돌입한다고 언급한데 이어 2017년엔 심도 있게 시행한다고 했으며, 지난해에는 중국제조 2025 시범구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명보는 올해 중국 지도부가 중국제조 2025를 표적으로 삼고 있는 미국을 의식해 일부러 언급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이 사실상 미래 핵심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양국간 기술패권 싸움으로, 중국의 미래 첨단 제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가 미·중 무역전쟁을 일으킨 도화선 중 하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제조업을 육성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미래 산업발전 잠재력을 차단하기 위해 줄곧 중국제조 2025를 공격해 왔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등과 같은 첨단 제조업 분야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불공정한 방식으로 제조업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기술 경쟁력에서 뒤처지면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기술 혁신에 주력하는 이유다.
실제로 리 총리도 이날 중국제조 2025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제조업을 적극 발전시킬 것이란 의지를 내비쳤다. 리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제조업의 고도의 질적 발전을 추진하고 산업기초와 기술 혁신력을 강화하고 선진제조업과 현대서비스업의 융합발전을 촉진해 제조강국 건설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초연구와 응용연구을 적극 지원하고 혁신을 강화해 핵심기술분야에서 획기적 발전 이룰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제조2025라는 단어 대신 '스마트플러스'를 강화해 제조업 개조와 업그레이드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지도부는 경기둔화로 올 한해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6.5% 안팎에서 6.0~6.5%로 낮춰잡았음에도 불구, 과학기술 분야 예산은 전년보다 13.4% 늘린 3543억1000만 위안(약 50조원)으로 잡는 등 과학기술 개발에 매진할 것이란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