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6%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이 올해 목표치를 '6.0~6.5%'로 낮췄다. 미·중 무역전쟁 등 대내외 악재에 따른 경기 하방 압력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적자재정 확대와 대규모 감세 등으로 경기부양에 나서겠다고 공언했지만 부채 급증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해 실제 성장률 6.6%는 물론 연초 목표치였던 '6.5% 안팎'과 비교해도 후퇴한 수치다.
리 총리는 올해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우리는 수년간 보기 드물게 복잡하고 엄중한 국내외 정세에 직면해 있다"며 "경제에 새로운 하방 압력이 출현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글로벌 경제 침체에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대형 악재까지 더해진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리 총리는 "예상 가능하거나 혹은 예상하기 어려운 위험과 도전이 더 많아지고 커질 것"이라며 "격전을 치를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독려했다.
중국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핵심은 △적자재정 확대 △대형 인프라 투자 △대규모 감세 및 비용 절감 등이다.
우선 올해 재정 적자율을 전년 대비 0.2% 포인트 오른 2.8%로 확정했다. 적자 규모는 2조7600억 위안(약 463조4300억원)이다.
철도·도로·항만 등 대형 인프라 투자를 위한 지방정부의 특수목적 채권 발행 규모는 2조1500억 위안으로 정했다. 지난해보다 8000억 위안 증액됐다. 또 제조업 증치세(부가가치세) 세율을 기존 16%에서 13%로 낮추는 등 올해 기업의 세금 및 사회보험 납부 부담을 2조 위안 덜어주기로 했다.
이 밖에 은행 등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 인하와 금리 인하 등의 수단을 활용해 민영기업과 중소·영세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할 방침이다. 한 마디로 '더 쓰고 덜 걷는' 식으로 경제 활력을 제고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불황이 닥칠 때마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극복해 왔다. 거대한 국토와 14억 인구의 광활한 내수를 활용해 위기를 넘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방정부 부채 급증, 좀비기업 양산, 부동산 거품 확대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디레버리징(부채 감축)과 공급 측 구조개혁에 몰두하던 현 수뇌부 입장에서는 대규모 경기 부양 카드를 다시 꺼내야 하는 현 상황이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리커창 총리도 무리한 수준의 부양책은 쓰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은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국방비 예산은 상당한 규모로 늘렸다. 이날 전인대에서 발표된 예산안 초안에 따르면 올해 국방비 지출은 1조1900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7.5% 증가했다. 지난해 증가율 8.1%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한 '강군몽(强軍夢)' 실현을 위해 추가 투자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