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문] 기억, 화해 그리고 평화

2019-03-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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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외교부 2차관 [외교부]



대한독립 만세! 2019년 3월 1일, 중국 항저우에 소재한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에서 만세 3창이 가득 울려 퍼졌다. 이 날 개최된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는 독립유공자 후손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발자취를 간직해온 화동(華東) 지역 동포들, 외교부와 보훈처로 구성된 정부 합동 대표단이 함께 했다.

1932년 4월 윤봉길 의사 의거 이후, 임시정부는 상해에서 활동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청사를 항저우로 옮겨 1935년까지 그곳에서 활동했다. 이곳에서 울려 퍼진 이 날 만세 소리는 단순히 100년 전 오늘을 기억·기념하는 것을 넘어 그 가치와 정신을 계승해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이번 행사는 우리 정부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추진한 해외사업의 일환이다. 3·1절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 11일에 즈음해 중국 뿐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 중남미 등 세계 각지에서 거의 50여 개에 달하는 우리 재외공관이 재외동포와 함께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일본 유학생들의 ‘2·8독립선언’, 샌프란시스코에서 안창호 선생이 조직한 ‘대한인국민회’ 등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재외동포는 3·1운동의 시발점이자 기폭제였으며,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의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평화와 포용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전 세계 740만 재외동포는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 함께 나아갈 동반자이며, 이러한 우리의 뜻을 전 세계에 누구보다 잘 전달해 줄 수 있는 민족적 자산이다.

10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재외동포들과 함께 전 세계에 평화의 씨앗을 다시 한 번 퍼뜨려 나가기를 기대한다.

기념행사에는 우리 재외동포뿐만 아니라 우리 독립운동과 인연을 맺은 외국인들도 참여한다. 금번 항저우 행사에도 김구 선생의 피신을 도운 중국인 저보성 지사의 손녀와 남경 독립군 연락관으로 광복군 활동을 지원한 중국인 소경화 지사의 아들도 참석했다.

모두들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을 지원한 유공자의 후손으로서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우리 독립운동을 펼쳐나가는 과정에서 우리와 뜻을 함께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있었으므로, 이들과 함께 3.1운동에 담긴 평화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은 무엇보다 뜻 깊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번에 추진되는 주요 기념사업에는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 사업도 있다. 우토로는 일제 강점기 군 비행장 건설에 강제 동원돼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분들이 모여 살던 일본 마을이다.

1999년 이들이 강제퇴거 위기에 놓였을 때, 우리 정부 지원금과 시민단체 모금으로 확보한 부지에 일본 정부·지자체가 공공주택을 건설해 60여 명의 동포들이 우토로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게 됐다.

재일동포들의 아픈 역사와 한일 양국간 연대의 희망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우토로 마을에 2021년을 목표로 건립되는 기념관은 한.일 양국 국민간 화합의 역사를 기억·계승하면서 아픈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평화의 미래로 나아가는 희망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향한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때이다. 100년 전 울려 퍼진 평화의 외침이 수많은 좌절과 역경을 딛고 결국 광복(光復)을 이룬 것처럼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의 우리도 한반도와 아시아, 그리고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함께 만들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는 각오와 희망을 다지게 된다.

조선의 독립이 곧 '동양 평화', 그리고 '세계 평화와 인류행복'의 발판이라고 한 기미 독립선언서의 문구가 가슴 깊이 메아리친다.

일제 통치하 참혹한 시기에도 우리 선조들은 우리 민족만 생각 한 것이 아니라 전 인류를 위한 세계 평화를 바라봤다. 이제 우리도 세계 시민으로서 평화와 희망의 미래를 노래하며 전 세계를 포용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해외 기념행사는 우리 선열들의 고귀한 나라사랑 정신을 기억하면서 평화와 희망의 미래를 향한 우리의 뜻을 전 세계에 펼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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