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건기 해외건설협회장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진출'로 팀코리아 순항 도울 것"

2019-02-2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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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환경의 어려움 타개 위해 함께 힘 모아야"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진출' 업무에 역량 쏟을 것"

"기업들, 신남방정책 적극 활용해야"

이건기 해외건설협회장이 26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해외건설협회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부가 금융지원 등을 통해 큰 틀에서 ‘팀코리아’를 이끌어간다면, 해외건설협회는 우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해외건설 시장에서 함께 뛸 수 있도록 ‘동반진출’ 업무에 역량을 쏟겠습니다.”

26일 서울 중구 해외건설협회(이하 해건협) 에서 만난 이건기 협회장은 "해외건설시장 수주 경쟁은 그야 말로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짜고 또 쥐어짜서 단가를 낮춰도 계약 단계에서 단가를 또 깎는” 수주 환경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초 민간기업, 공공기관, 정부가 일체가 돼 해외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팀코리아 체제’를 본격 가동하고 연내 6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금융 패키지를 지원하겠다고 천명했다. 기업 혼자 전쟁터를 뚫고 지나가야 했던 ‘각자도생’의 생존경쟁이 아닌 모두가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팀코리아’의 서막이 열린 셈이다.

◆ '팀코리아' 순항 위해 열심히 노저을 것

이건기 협회장은 ‘팀코리아’가 순항할 수 있도록 임기 내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우리나라의 건설·플랜트 등 해외수주액은 2016년 282억 달러까지 떨어지며 어두운 터널을 헤매다가 지난해 수주 300억 달러대를 회복했다. 이 협회장은 이와 관련해 본인이 “복이 많았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수주액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우려했다. 2013~2014년 650억 달러에 달했던 수주액이 지금은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이 협회장은 지난해 부임과 동시에 주요 회원사들을 방문해 수주활동 및 사업수행 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을 듣는 일부터  지원했다. 기업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을 파악해야 제대로 지원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주요사의 CEO들, 주요 정책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대표가 참여하는 해외건설 수주 플랫폼 회의를 분기별로 열고 있다.

이 협회장은 “우리 협회는 정부의 지원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회원사에 알려줘, 정부지원이 실제 수주로 이어지도록 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다른 부처나 관계기관들이 제공하는 정책내용들을 점검·수집·파악해 설명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수출입은행이 이라크 등 초고위험국(신용등급 B+ 이하) 인프라 사업 수주 지원을 위해 올해 상반기 1조원 규모의 특별계정을 신설하는 등 팀코리아 체제에서는 여러 정부 관계기관들이 수주활성화를 위한 자금지원을 제공한다. 이러한 다양한 지원을 회원사들이 적기에 파악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의 업무 중복 등으로 협회와 KIND가 불편한 관계를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와 관련해 이 협회장은 “수주에서 투자로 해외건설 트렌드가 바뀌고 있지만, 우리 건설사의 투자사업은 단 3%에 불과하다”며 “KIND는 이러한 투자사업이 확대될 수 있도록 앞장서는 공사(公社)라면, 협회는 회원사의 권익 증진을 위한 서비스 기관으로써 투자사업을 비롯한 전(全) 수주사업을 지원하므로 양 기관의 역할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해건협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정보지원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협회의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활용해 고급 정보의 입수·분석· 제공 능력을 높이고 최근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금융, PPP(Public-Private Partnership), 부동산개발 동향을 포함한 정보서비스 다각화를 진행 중이다.
 

이건기 해외건설협회장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중소기업의 독자 진출 도울 것"  
이 협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진출을 적극 지원해 팀코리아가 조화롭게 굴러 갈 수 있도록 하는 윤활유 역할도 자처한다. 

그는 “해건협이 중소기업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그간 중소기업체들이 해외진출을 할 때 보통 대형건설사의 하도급업체 형태로 참여하니, 기술 축적이 안 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협회가 우수한 중소기업을 조사해서 이들 업체가 특화한 사업과 연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이른바 설계 수주액은 중국보다 못한데, 중소기업들이 해외 신도시 설계의 기본계획을 맡는 등 보다 활발하게 독자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중소기업 동반 진출을 위한 플랫폼 구축에도 나선다. 중소기업은 현지 사업관행 습득이나 협력업체와의 업무조율, 기자재조달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능력이 부족한 편이기 때문에 해외 진출 초기단계에는 대기업과 동반 진출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정부 지원을 받아 해외에 설치한 인프라협력센터(UAE, 페루)를 활용해서 우선 ‘공동진출 포럼’ 개최 등을 통한 동반진출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주요 기업 CEO와 해외사업 담당 임원, 부서장 등과의 간담회 등 다양한 형태의 협의채널을 활용해, 기업 간 협업을 통한 수주 확대 분위기도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이 협회장은 "기업별 강점을 합친 공동 수주가 늘어날 수 있도록 모임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며 "일례로 작년에 5.8억 불 규모의 싱가포르 우드랜드 복합의료시설사업을 대우건설과 쌍용건설이 합작 수주했고, SK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40억 불이 넘는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설비 공사를 수주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기업들, 신남방정책 적극 활용해야" 
이 협회장은 조만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를 순방한다. 이 협회장은 “작년에 처음으로 동남아시아의 수주 비중이 전체 수주액의 50%를 넘겼다”며 “동남아시아가 주요 투자사업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높이는 정부의 ‘신남방 정책’을 기업들이 십분 활용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수주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정책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신남방지역이 주목되며, 이 중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해외건설의 투톱(Two-Top)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나라는 10%대의 고성장률을 유지하면서 화력발전소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도 10%에 육박하는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국가에서도 인프라 개발을 위한 발주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시장 진출의 다변화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협회장은 “저유가 지속에 따라 중동 각국이 재정지출을 줄이고, 민간부문 투자 확대를 위해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의 경우 PPP 등 투자가 요구되는 개발사업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변화된 상황에 맞춰 우리기업도 금융조달 능력을 제고해 관련 사업 참여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금융 중심으로 조성되는 펀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이라크, 리비아 등 초고위험 국가의 전후 재건사업 참여가 화두인데, 최근 개최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거론된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특별계정 설치에 따라 이들 국가에서 수주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5월에 한-중 해외건설 협력 포럼이 개최될 예정인 점에 비춰, 중국 등과 제3국 공동 진출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플랜트 시장 위축과 관련해서는 “롯데는 인도네시아에서 플랜트 수주를 통해 관련 인력을 많이 채용했다”며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플랜트 분야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어, 앞으로도 플랜트 분야는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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