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 강화에 정유업계 '활짝', 왜?

2019-02-2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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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국내 정유업계가 전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에 반가운 미소를 짓고 있죠, 왜일까요?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는 내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황함량 규제'(IMO 2020) 시행을 앞두고 만반의 대비책을 세워놓았다고 합니다.

환경규제가 강화돼도 끄떡 없다는 자세인데요. 먼저 국제해사기구와 황함량 규제가 뭔지 알아볼까요?

 

국제해사기구(IMO). [사진=네이버 검색]


우선 국제해사기구는 조선·해운 등 국제해사문제를 다루는 국제연합(UN) 산하 전문기구로 각국의 정부만이 회원이 될 수 있는 정부간기구입니다. 주요 기능 중 하나가 '해상안전과 해양오염방지를 위한 기준 개발 및 채택'이죠.

이 국제해사기구가 내년 1월 1일부터 황함량 규제를 시행한다고 합니다.

황함량 규제는 전 세계 모든 선박 가운데 국제 항행에 종사하는 400t급 이상 선박의 배기가스 중 황산화물(SOx) 함유량 기준을 3.5%에서 0.5%으로 대폭 낮춘 규약이에요. 3대 대기오염 물질 중 하나인 황산화물 배출을 막기 위해서죠. 산성비를 유발하는 황산화물은 특히 전체 중 13%가 선박에서 배출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해운사들은 선박 황산화물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선박에 황산화물 저감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룰 장착하거나 황함유량이 적은 저유황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용 경유(MGO)를 연료로 활용할 계획이에요. 그 중 단기적으로 가장 실현하기 쉬운 방법이 바로 벙커C유 등 고유황 연료유(HSFO) 대신 저유황(LSFO) 제품을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해요.
 

국내 정유 4사. [사진제공=각사]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은 고도화 및 탈황 설비(황 또는 황화합물 제거 설비)를 선제적으로 마련해 저유황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해왔어요.

지난해 11월부터 잔사유 고도화 설비(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를 본격 상업 가동한 에쓰오일이 대표적이에요. 에쓰오일은 총 5조원을 투자해 지난해 4월 RUC와 ODC를 완공했어요.

RUC는 원유에서 가스, 휘발유 등을 추출한 뒤 남는 값싼 잔사유를 처리해 휘발유, 프로필렌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설비에요. 즉, 황함량이 높은 벙커C유 등 중유를 원재료로 황함량이 낮은 휘발유, 경유 등으로 만드는 설비죠.

에쓰오일은 지난해 11월 RUC 상업가동 이후 벙커C유와 같은 저부가가치 제품의 생산비중이 12%에서 4%로 하락하고, 등·경유 등 경질유 생산비율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IMO 2020 시행에 따른 수익성 증대를 기대하고 있어요.

또한 이 회사는 RUC에서 생산한 프로필렌을 ODC 원료로 투입해 폴리프로필렌(PP)과 산화프로필렌(PO)을 생산하고 있어요. 더욱 우수한 수익성 확보가 가능해진 셈이랍니다.

 

SK 울산 콤플렉스 내 VRDS 건설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업계 맏형님인 SK이노베이션 역시 자회사 SK에너지를 통해 총 1조원을 들여 울산 콤플렉스에 'VRDS'(감압잔사유탈황공정)란 탈황설비를 짓고 있어요. 내년 상반기 완공이 목표였지만 조기 완공을 위해 온힘을 쏟는 모습이에요. VRDS 또한 원유를 정제해 생산된 벙커C유 등 고유황 잔사유에서 황 성분을 제거해 저유황 경질유를 만드는 설비에요.

업계에서는 SK에너지가 탈황설비를 정상가동할 경우 매일 4만배럴가량의 저유황유를 생산해 국내 최대의 저유황유 공급사가 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SK에너지는 이를 통해 매년 2000억에서 3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어요.

올해 새해 첫 날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탈황설비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울산 콤플렉스를 직접 찾아 "VRDS 신설 등을 바탕으로 어떠한 경영환경에서도 SK 울산 콤플렉스가 회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어요.

 

충남 서산시 현대오일뱅크 대산 공장에 위치한 SDA 공정 전경 사진. [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현대오일뱅크는 IMO 2020에 대비해 일찌감치 고도화 설비 투자를 진행해왔어요.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일일 생산능력이 8만배럴에 달하는 'SDA'(아스팔텐 제거공정)를 완공한 바 있어요.

SDA는 잔사유에서 아스팔텐 성분을 걸러내 DAO(아스팔텐이 없는 기름)를 추출하는 공정으로 SDA에서 생산된 DAO를 고도화 설비 원료로 투입하면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생산돼요. 현대오일뱅크는 이 설비를 통해 규제 시작 이전인 올해 10월부터 국내에 저유황 연료유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요.

 

GS칼텍스 SRU(탈황설비). [사진=GS칼텍스 제공]


마지막으로 GS칼텍스는 일찌감치 황회수시설(SRU)을 마련했어요. 이미 국내 정유사 중 최대 규모인 일 27만4000만배럴 규모의 고도화 설비를 갖춰 고유황 중질유를 휘발유, 경유 등 경질유로 전환하고 있죠. GS칼텍스는 내년 황함량 규제 시행에 맞춰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저유황 선박용 연료유 공급량을 늘릴 계획이에요. 더불어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다양한 대응방안을 검토·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국내 정유사들이 내년 황함량 규제 시행을 앞두고 자신만만한 이유를 알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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