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진핑 특사’ 권한 부여 받은 류허와 회동
미국과 중국은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이틀간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시작했다. 지난 14~16일 중국 베이징 고위급 회담이 이후 6일만이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오는 3월 1일로 예정된 무역전쟁의 ‘휴전’ 시한 일을 코앞에 두고 열리기 때문에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관측된다.
이 가운데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늘 22일 중국 협상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를 직접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류 부총리는 지난해 5월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특사 자격을 부여 받은 바 있지만 지난달 30~31일 무역협상에서는 특사 자격을 받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 이에 따라 이번 협상을 마친 뒤 류 부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도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협상 이틀째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측 협상단을 만나기로 한 것 자체가 협상 진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낙관적 신호라고 풀이했다.
◇화웨이에 화해의 손 내민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의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화웨이 사태’에 대한 분위기 변화도 이번 무역협상의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5G 사업에서 미국 기업들이 노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뒤쳐지게 될 것”이라며 “나는 미국이 지금 더 선두에 있는 기술을 막는 것이 아닌 경쟁을 통해 이기길 원한다”고 밝혔다.
화웨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화웨이가 5G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화웨이를 겨냥한 유화 발언이라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미국은 그간 화웨이가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릴 장치)가 설치된 자사 통신장비를 통해 미국의 기밀을 빼돌릴 수 있다는 이유로 동맹국들에 ‘화웨이 보이콧’을 촉구하는 등 압박을 가해왔다. 그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를 겨냥한 듯한 유화적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화웨이 사태의 변화 기류는 이뿐 만이 아니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셰마오쑹 중국 국가혁신발전전략 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가 앞으로 수개월 내 완화할 것"이라며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도 4월이나 5월께 풀려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멍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어겼다는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캐나다 법무부는 현재 멍 부회장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범죄자 인도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
◇미·중 정상 최종 담판 '기초틀' MOU 작성 시작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중국 통상·산업정책의 변경 방향을 담은 양해각서(MOU)의 작성을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양국이 논의중인 MOU는 △기술이전 강요·사이버 절도△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 무역장벽△외환시장 개입△농축산물 시장 개방△서비스 시장 개방 등 6건이다.
양국은 지난주 베이징 협상에서 양해각서를 도출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양해각서는 미중 최종 합의를 향한 구체적인 첫 번째 결과물로서, 미중 정상 간 최종 담판을 위한 기초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양해각서 초안 작성은 미중 무역협상에서 가장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모종의 합의가 이뤄지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향후 정상회담을 통해 그 제안을 토대로 최종 담판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