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마지막 3달 동안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201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중국의 경제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SMBC닛코증권의 자료를 인용, 일본 토픽스지수에 속한 1014개 기업의 2018/19 회계연도 3분기(작년 10~12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 쪼그라들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던 2011/12 회계연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순이익 기준으로는 전년비 감소율이 26%에 달했다. 일본 기업들이 한 해 전에 누렸던 미국의 세제 혜택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도요타, 히타치, 노무라 등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대손 상각처리를 한 것도 순익 감소에 일조했다고 자료는 밝혔다.
일본은 전자제품 및 중장비 수출 중 1/4을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경제 둔화의 충격이 컸다는 분석이다. 또 전자부품과 제조설비가 일본 수출 중 37%를 차지하고 있어 글로벌 수요 둔화에 무척 취약하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매출 감소과 재고 증가에 직면한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주저하면서 성장률도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 미즈호증권의 모리오 미야가와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올해 1~3월 일본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기업들의 실적이 언제 회복될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로봇 제조사 화낙의 요시하루 이나바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10~12월에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회복 시점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미즈호증권의 마사토시 기쿠치 수석 전략가는 FT에 이익 감소는 전자장비 및 기계설비 부문에서 예상됐던 것이지만 중국의 자동차 시장 침체의 여파가 예상보다 훨씬 컸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경우 12월 급락 이후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적은 무척 실망스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일본 시중은행들의 실적을 무겁게 짓누르는 요인이다.
지난 8일 모건스탠리는 일본은행이 2020년 10월까지는 현재의 마이너스 금리를 제로로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모건스탠리는 올해 4월에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시기를 1년 반이나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