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 베트남서 1박2일 담판...3가지 시나리오는?

2019-02-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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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28일 베트남서 2차 북·미 정상회담...①포괄합의 ②싱가포르 재탕 ③결렬 '촉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공동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핵담판 일정과 장소가 오는 27~28일 베트남으로 확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새해 국정연설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를 공식 발표했다. 구체적인 도시는 특정하지 않았지만, 수도 하노이나 중부 휴양도시 다낭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베트남 현지 매체들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다낭에서 열릴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다낭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했던 곳이다.

2차 핵담판 일정과 장소가 확정된 만큼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 공전을 거듭한 비핵화 논의가 베트남에서 얼마나 더 진전될지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영변 등 핵시설 폐기+α=종전선언' 빅딜?

진전 여부는 결국 북한의 비핵화 이행 수준과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 즉 보상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싱가포르 공동선언의 합의사항들 가운데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추가 조치와 이에 대한 보상 격인 '북미 간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의 지속적 평화체제 구축' 관련 미국의 상응 조치를 어떤 순서와 조합으로 짜맞춰 전체적인 '북한 비핵화-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로드맵을 그려내느냐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6일 평양에서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와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에서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 의제들이다.

이와 관련해 비건 대표는 지난달 31일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당시 미국의 상응 조치를 조건으로 영변뿐 아니라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전체의 폐기 및 파기를 약속했다"며 북한이 '플러스알파(+α)'에 대한 이행 의지를 밝혔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취할 '+α 조치'로는 핵 동결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및 해외 반출, 김 위원장이 이미 지난해 약속한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엔진 시험장·미사일 발사장에 대한 외부 전문가들의 사찰·검증 등이 거론된다.

미국의 상응 조치로는 종전선언을 넘어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와 평화협정 체결 논의,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과 맞물린 제재 완화, 대북 투자 등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추가 조치를 약속해도 구체적인 실행 증거 없이 미국이 상응 조치를 거론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 그래도 미국 정보기관 수장들은 지난주 의회에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혀 2차 북·미 정상회담 기류에 찬물을 끼얹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미국 CBS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정보 수장들이 우려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합의를 이룰 가능성도 매우 크다. 그(김 위원장)도 지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북한의 경제 번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괄합의, 싱가포르 재탕, 결렬...3가지 시나리오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는 이날 북핵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견해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핵담판을 3개의 시나리오로 전망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ICBM 해외반출, 플라토늄 및 우라늄 생산 동결, 주요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엄격한 사찰 등 '+α'에 합의하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미국도 상당한 것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나랑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전쟁준비'라고 비판해온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영구 중단을 가능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나랑 교수는 이 시나리오라면 북·미 양측이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 의미 있는 바를 이룰 수 있다며 두 정상의 상호신뢰도 더 깊어질 것으로 봤다. 

그는 다만 이같은 포괄적 합의가 실현될 조짐이 아직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북한에 핵·미사일 자산 목록 일체를 내놓으라고 요구하지만, 북한은 전시에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공개를 꺼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싱가포르 회담이 재연되는 것이다. 진전된 조치에 대한 합의 없이 비핵화 협상을 계속한다는 선에서 담판을 마무리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더 나빠질 일도 아니다. 나랑 교수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를 화나게 하지만 않아도 외교적 문제 해결 과정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마지막 세 번째 시나리오는 회담 결렬이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이 비핵화 논의 부진 등을 이유로 회담을 취소하는 경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을 3주도 남겨두지 않은 채 김 위원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회담 일정을 전격 취소한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물론 트럼프가 하루 만에 말을 바꾸면서 역사적인 회담이 성사될 수 있었다.

나랑 교수는 어느 한 쪽이 회담을 취소한다면, 이는 그 쪽이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로 외교적 과정이 곧 끝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회담 중에도 결렬이 일어날 수 있다. 어느 한 측이나 양측이 모두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수 있다. 나랑 교수는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과 미국이 당장 공개적인 위협에 나서진 않더라도 두 나라가 결국 전쟁위기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나랑 교수는 북·미 관계가 이번 회담 뒤에 더 나아질지, 제자리에 머물지, 훨씬 더 나빠질지는 궁극적으로 트럼프의 협상실력에 달렸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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