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 여행지-겨울]남해독일마을, 영화 '국제시장' 속 진짜 파독 간호사·광부 있는 곳

2019-02-1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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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통 소시지·맥주 먹을 수 있는 곳, 20여동 주택에서 부업으로 민박

남해독일마을[사진=경상남도 남해군 제공]

서울남부터미널에서 경상남도 남해군으로 가는 고속버스를 타고 4시간 30분쯤 가면 남해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남해시외버스터미널에서 물건 방면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30분쯤 지나면 독일에 온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한 마을에 도착한다. 바로 ‘남해독일마을(이하 독일마을)’이다.

독일마을은 경남 남해군 삼동면에 있다. 지난 1960년대 대다수 국민들이 절대 빈곤 상태에 있을 때 우리나라의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독일로 간 파독(派獨) 광부·간호사들이 은퇴 후 귀국해 정착한 마을이다. 2014년 12월 개봉해 1400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관람한 영화 ‘국제시장’의 실제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마을인 것.

파독 광부·간호사들이 피땀 흘려 벌어온 외화는 이들의 형제·부모들이 대학교에 다니고 집을 살 수 있게 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다른 나라들로부터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다른 나라들에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성장·발전하는 기적을 이루는 데 밑천이 됐다. 독일마을은 이 밑천의 주역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다. 독일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은퇴한 파독 광부·간호사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해독일마을에 있는 독일광장[사진=경상남도 남해군 제공]

남해군은 우리나라의 근대화·경제발전을 위해 헌신한 파독 광부·간호사들의 은퇴 후 한국 정착생활을 지원하고 조국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삶의 터전을 마련함과 동시에 독일 문화와 한국의 전통 문화·예술을 연계한 특색 있는 관광지를 개발하기 위해 2001년부터 천연기념물 제150호가 있는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일원 3만여 평의 부지에 30여억 원을 들여 기반을 조성해 70여동을 지을 수 있는 택지를 분양했다. 2003년 9월 독일마을이 완공됐다.

직접 독일에서 재료를 수입해 전통 독일식 주택을 신축했다. 지금까지 독일마을에는 42동의 주택이 완공돼 은퇴한 파독 광부·간호사들 등이 생활하고 있다. 이 중 20여 동의 주택에서 부업으로 민박을 한다. 독일마을에 가면 실제로 독일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단순히 주택들이 전통 독일식으로 지어진 것 때문만이 아니다. 독일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독일에서 살면서 한국인들도 본받을 만한 독일인들의 국민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
 

남해파독전시관[사진=경상남도 남해군 제공]

독일인들은 근검절약으로 세계에서 첫째가는 사람들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함이 몸에 밴 사람들이다. 퇴근 후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날이 많은 한국인들과 달리 집으로 바로 가서 집을 가꾸고 자동차나 정원을 손질하는 것이 일상인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과 수십년 동안 함께 산 사람들의 마을이기 때문에 독일마을은 언제 가도 깨끗하고 조용하다. 정원들도 예쁘게 잘 가꿔져 있다.

또한 남해군은 독일마을을 ‘한국 속의 작은 독일’로 특화했다. 독일마을에서 은퇴한 파독 광부·간호사들이 사는 주택가에는 술집과 커피점이 없다. 이는 남해군이 땅을 분양할 때부터 제시한 입주조건이다. 또한 전깃줄을 지하에 매설해 아름다운 바다 전경이 가려지지 않게 했고 독일마을을 철저히 독일식으로 꾸미고 난개발을 억제했다.

◆‘한국 속의 작은 독일’로 특화
 

독일마을 맥주축제[사진=경상남도 남해군 제공]

독일마을에 있는 펜션에서 숙박해 본 사람들은 대부분 “정원이 예쁘고 가구나 이부자리도 항상 깨끗하고 뽀송뽀송하다”고 칭찬한다. 독일마을에 있는 펜션은 방 1∼3개의 소규모로 운영된다. 다른 여행지에 있는 대형 펜션들과는 달리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숙박할 수 있다.

독일마을에 가면 가끔 파란 눈의 독일 남자들을 보게 된다. 평생을 남편 나라 독일에서 함께 살아준 고맙고 착하고 예쁜 한국 부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독일마을에서 여생과 여행을 함께 하고 있는 독일 남편들이다.

독일마을 정상에 위치한 독일광장에 있는 독일식 포장마차 도이쳐 임빅스(Deutscher Imbiss)는 독일어로 독일 포장마차를 의미한다. ‘Imbiss’는 포장마차 형태의 간이음식점이다. 독일 정통 소시지·맥주를 먹을 수 있다. 독일마을 주민들이 모여 만든 마을기업인 ‘독일마을 행복공동체 영농조합’이 운영한다.
 

독일마을 맥주축제[사진=경상남도 남해군 제공]

‘독일마을 행복공동체 영농조합’은 앞으로 독일의 유명한 소시지와 맥주를 남해군의 특산물인 유자, 흑마늘, 멸치 등과 결합해 특색 있는 제품을 개발해 직접 판매할 예정이다.

독일마을에선 파독 광부·간호사들이 독일에서 살면서 익힌 독일 문화를 관광객들과 함께 나누는 축제도 진행된다. 매년 10월에 열리는 ‘독일마을 맥주축제’는 세계 3대 축제인 독일 뮌헨의 ‘Oktoberfest’를 모태로 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맥주 축제다. 독일 문화를 체험하고 정통 독일맥주를 먹을 수 있다. 2010년 시작됐고 한국 어느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축제이자 독일마을의 대표 브랜드다.

남해파독전시관도 독일광장에 있다. 한국에서 ‘파독’을 주제로 건립된 유일한 전시관이다. 2014년 6월 28일 개관했다. 1960년대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76달러로 세계 최빈국이었다. 실업률이 30% 정도였다.

이런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20㎏ 가방 하나 들고 이역만리 독일로 간 한국의 광부와 간호사들은 최소한의 생활비만 빼고 받은 월급의 80% 이상을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했다. 남해파독전시관에선 이들이 땀과 눈물을 흘리며 번 돈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발전의 원동력이 됐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외에 포토존에선 독일 전통 의상을 입고 맥주통이 가득한 마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독일마을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충분히 많은 것들을 보고 즐기고 경험했다면 숙박은 독일마을 안에 있는 펜션에서 하면서 남해군의 다른 관광지를 여행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상주면에 있는 금산(704m)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공원이다. 기암괴석들로 뒤덮인 38경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독일마을 맥주축제[사진=경상남도 남해군 제공]

신라 원효대사가 이 산에 보광사를 짓고 보광산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조선 태조 이성계가 젊은 시절 이 산에서 백일기도 끝에 조선왕조를 개국하자 ‘영세불망(永世不忘)의 영산(靈山)’으로 여겨져 온 산을 비단으로 두른다는 뜻으로 금산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언제 가도 깨끗하고 조용

정상에는 강화도 보문사, 낙산사 홍련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기도처의 하나인 보리암이 있다. 불타오르는 여명이 바다에서 솟구쳐 오르는 금산의 일출을 보면 그 장엄함에 큰 기쁨을 느낀다.

2003년 4월 ‘창선-삼천포대교’가 개통되기 전까지 남해의 관문은 동양 최대의 현수교라 불렸던 남해대교이다. 남해대교는 경남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와 남해군 설천면 노량리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다. 길이 660m, 높이 80m의 아름다운 현수교다. 제주도, 거제도, 진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다. 1973년 개통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여겨지고 있다.

남해대교가 가로지른 노량해협의 거센 물살은 남해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산 증인이요, 역사의 마당이었다.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이 시작된 곳이었고 고려∼조선시대 많은 유배객들이 자신의 적소로 건너오기 위해 나룻배를 탔던 곳이었다.

남해대교가 건설되기 전 사람들은 나룻배를 타거나 도선으로 노량의 물살을 가로질러 다녀야 했지만 남해대교 개통 이후부터는 승용차로 1∼2분이면 물을 건넌다. 남해를 육지와 연결한 남해대교를 건너면 벚꽃터널이 기다리고 있다.

봄이면 하늘이 보이지 않는 벚꽃의 터널이 장관이다. 벚꽃터널을 지나 노량마을로 내려오면 이순신 장군이 관음포에서 전사한 후 시신을 잠시 모셨던 충렬사와 바로 앞 바다에 떠 있는 실물 크기의 거북선이 있다.

남해대교 경관조명 점등 시간은 하절기는 오후 8시∼오후 11시, 동절기는 오후 6시∼오후 10시다.

‘창선-삼천포대교’는 남해의 창선도와 사천시를 연결하는 연륙교(連陸橋)다. 국내 최초 섬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로서 3개의 섬을 연결하는 5개의 교량으로 다리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우리나라서 유일하게 해상국도(국도3호)로 남아있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관광명소다. 길이는 3.4㎞다. 창선-삼천포대교 경관조명 점등 시간은 일몰 시∼오후 11시다.

남해읍에 있는 남해유배문학관은 국내 최초 및 최대 규모의 문학관이다. 유배와 유배문학에 관한 종합적인 정보 습득을 위한 전문공간이다. 주제별 전시관을 통해 유배문학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다양한 체험 전시·학습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다. 동절기는 오전 9시∼오후 5시 20분이다. 1월 1일,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설날 및 추석 등은 휴관한다.

이동면에 있는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은 다초실험극장, 도서관, 국제탈전시장, 기획 전시실, 탈 수장고, 공연예술자료 수장고, 촬영실, 휴게실 등으로 이뤄져 있다. 다초실험극장은 기획공연, 영상감상실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도서관에는 2만여 점의 공연 관련 도서와 3000여 점의 DVD(Digital Versatile Disc), 비디오 등이 있어 누구나 볼 수 있다. 국제탈전시장과 기획 전시실은 연중 내내 개방돼 관람할 수 있다.

수장고에는 500여 점의 국제탈과 2000여 점의 포스터, 4000여 점의 대본, 5만여 점의 사진자료가 보관돼 있다. 이 밖에도 무대미술, 인형, 전단, 팸플릿 등 25만여 점이 보관돼 있고, 촬영실에서는 이 자료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복사ㆍ복제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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