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으나, 실제 인수합병(M&A)이 성사되기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시너지 효과가 과연 클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접촉한 것 맞다"
30일 현대중공업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경영진들이 접촉한 것은 맞다"면서 "다만 현 시점에서는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시장에서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LNG선 시장은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LNG선은 올해 69척 등 오는 2023년까지 293척이 신규 발주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전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584만CGT(76척) 가운데 563만CGT(66척·96.4%)를 싹쓸이 수주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되는 셈이다.
한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LNG선 기술력에선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을 앞선다"면서 "M&A가 성사된다면 국내 조선사들이 LNG선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조원 실탄 마련은 '충분'...인수 시너지는 '글쎄'
이날 대우조선해양이 종가는 주당 3만6100원이다. 이를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보유 중인 지분 55.7%로 환산하면 2조원을 상회한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선 수조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1조 8000억원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에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과연 현대중공업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굳이 지불해 가며 인수에 나설 실효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현대중공업그룹에는 이미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계열사가 있다.
특히 현대삼호중공업의 경우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갈 만큼, 재정 상태가 악화돼 있다.
지원이 필요한 '제 식구'를 두고 '외부 식구'를 굳이 들일 이유가 있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매각에 정통한 고위 관계자는 "관건은 매각가(價)인데, 과연 현대중공업이 이미 주가가 크게 뛴 대우조선해양을 2조원씩 주고 사겠느냐"면서 "일단 계열사 간 시너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큰 도박을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아직은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검토하는 단계에 불과하고, 더 발전한다 해도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의 허가 등 관련 절차가 남아 있다"며 "어떤 식으로 매각이 추진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