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위안부 화해·치유 재단의 설립 허가를 취소한 데 대해 일본 정부가 잇따라 항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일본 초계기 위협 비행 등 국방 분야에 이어 외교 분야에서도 한일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사히신문, NHK 등 현지 언론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주일한국대사관의 김경한 차석공사, 주한일본대사관의 미즈시마 고이치(水嶋光一) 총괄공사, 한국 외교부의 김용길 동북아시아국장에 각각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한일합의는 외교 장관 간 협의를 거쳐 정상 간 확인, 한국 정부의 확약으로 이뤄졌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책임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허가 취소) 입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일 협정을 착실하게 실시할 것을 한국 측에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한일 양국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화해·치유 재단을 설립,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에게 현금 지급 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한국 정부는 작년 11월 재단 해산 방침을 발표했지만 일본 외무성이 해산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가족부는 지난 21일 장관 직권으로 이 재단의 허가를 취소, 해산 절차에 돌입했다"며 "해산까지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의 재단 해산 방침에 대해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항의 입장을 표명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을 향한 저공 위협비행을 4차례나 감행한 데 대해 한국 정부가 사과를 요구했으나 일본 측은 위협 비행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