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잇따른 악재에 휘청거린 여권이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겸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의 '헬조선' 돌출 발언까지 맞닥뜨리자 '이중고'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헬조선이란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조선'의 합성어다.
신년 들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전남 목포 투기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논란'을 비롯해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재판청탁 의혹' 등으로 정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김현철 靑 보좌관 고개 숙였지만 계속되는 여진
김 위원장은 전날(28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조찬간담회에서 5060 세대를 향해 "한국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셔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라. 여기(아세안) 보면 '해피조선'"이라며 "국문과(전공 학생들) 취직 안 되지 않느냐. 그런 학생들 왕창 뽑아서 태국·인도네시아에 한글 선생님으로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기업인 대상 강연에서 아세안 국가의 친한(親韓) 기류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에 한 '중동 발언'의 데자뷔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3월 1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무역투자진흥회에서 "대한민국의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 번 해보세요. ‘다 어디 갔냐’, ‘다 중동 갔다’고"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김 위원장은 논란이 일자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표현으로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다"며 "마음이 상하신 모든 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文대통령·민주당 지지율 하락…보수진영 결집 중
그러나 야권은 '문 대통령 책임론'까지 거론하면서 파상공세를 폈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대통령과 참모진의 그간 언행을 보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평소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즉시 경질해야 하고, 이제라도 경제 기조를 바꾸고 그간의 실정과 참모진의 국민 모욕에 대해 깊이 사죄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다른 야당도 "함량 미달의 경제보좌관이 아닐 수 없다"(바른미래당), "문재인 정부가 꿈꾼 '나라다운 나라'는 청년들이 '탈조선' 하는 나라인가"(민주평화당), "정부는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정의당) 등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여권의 국정 주도권 확보 여부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실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YTN' 의뢰로 지난 21∼25일 전국 유권자 25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전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주간집계 대비 1.4%포인트 하락한 47.7%로 조사됐다. 민주당도 같은 기간 1.1%포인트 하락한 38.7%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당은 지난주 주간집계 대비 2.4%포인트 상승한 26.7%로, 2주 연속 상승했다. 이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한창인 2016년 10월 3주 차(29.6%)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도 심상치 않다. 이날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같은 기간 같은 표본 수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한 선호도는 지난달보다 3.6%포인트 상승한 17.1%로 집계됐다.
여권 대선주자인 이낙연 국무총리는 같은 기간 1.4%포인트 오른 15.3%였다. 황 전 총리가 오차범위 내에서 이 총리를 앞선 것은 '리얼미터'가 조사상 처음이다.
한편 '리얼미터'의 두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 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로 동일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