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아버지한테 물려받아 애용하던 중형 세단을 폐차하기로 마음먹고 집 근처 폐차장에 전화를 돌렸다. 그러나 3곳의 폐차장에서 받은 견적은 제각각이라 불법업체가 아닌지 불안했다. A씨는 "차를 살 때도 꼼꼼하게 알아봐야 하지만 폐차를 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번거로움을 토로했다.
국내 폐차거래시장은 2017년 기준 약 88만대 규모다. 액수로는 2조원 규모의 유통시장이다. 폐차의 중요성은 꾸준히 강조돼왔다. 환경부와 한국한경공단의 연구에 따르면 폐자동차 처리와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총 수익은 중형차 1대를 기준으로 52만8000여원에 달한다.
2015년 온라인 폐차 비교 견적 O2O(Online to Offline)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조인스오토'는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하면서 모두에게 공개된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폐차 시장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조인스오토를 이용하면 최소 차량사진 1장과 간단한 차량정보 등록으로 전국 80여곳의 협력 폐차장이 경쟁을 통해 차주에게 최적의 가격을 제공한다. 이는 '깜깜이 거래'를 막고 허가받은 업체와의 안전한 거래가 가능한 O2O서비스다.
그러나 조인스오토는 현재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조인스오토는 2015년 3월 사업을 시작했지만 2016년 1월 신설된 법률 때문에 불법업체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당시 신설된 자동차관리법 57조2항은 '자동차해체재활용업자가 아닌 자는 영업을 목적으로 폐차 대상 자동차를 수집 또는 매집하거나 그 자동차를 자동차해체재활용업자에게 알선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온라인 업체인 조인스오토가 영업을 계속하려면 오프라인 폐차장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에는 기존 자동차해체재활용업계에서 조인스오토의 서비스를 '불법 영업'으로 문제삼으며 경찰에 고소와 고발을 당했다. 중앙지검에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했지만 이후 홍보 및 마케팅을 진행할 때 자동차해체재활용업계의 항의가 이어져 정상적인 서비스가 어려워졌다.
조인스오토는 사업 초기 은행권연합회로부터 우수신생 O2O서비스에 선정되고 창업진흥원에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 월 가입자수는 500명, 월 거래량은 200대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는 가입자 수 100여명에 50대가량이 거래되는 등 매출이 4분의 1로 감소하면서 사업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폐차 중개가 불법으로 규정된 이유는 온라인을 통해 고가로 폐차를 인수하는 경우 폐차업체가 중고차로 거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폐차업체들이 폐차를 경매를 통해 인수하는 과정에서 매입 금액이 올라가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불법 중고차 중개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폐차를 중고차로 둔갑시킨 폐차업자를 처벌하면 될 일을 빈대 하나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 논리대로면 중고차 경매 서비스 업체들도 모두 불법이어야 한다. 또 불법 성매매나 도박이 이뤄진 건물의 경우 이를 중개한 부동산중개업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 윤석민 조인스오토 대표는 "폐차를 해야하는 차량이 중고차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다는 '문제 발생 가능성'만으로 사업을 금지하는 것은 지나친 대응"이라고 호소했다. 윤 대표는 "조인스오토는 폐차 예정 차량을 등록하면 차주 및 가입된 폐차장에 폐차거래만 가능한 서류를 안내하고 있어 국토부와 폐차협회에서 우려하는 중고차시장 불법유통을 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인스오토는 규제 샌드박스의 실증특례를 통해 특례 기간 동안 온라인서비스의 거래장점을 살려 자동차관리법 57조2항이 폐지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조인스오토의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적극 도왔다.
윤 대표는 "폐차비교견적서비스는 시장을 왜곡하는 온라인 서비스가 아니라 오프라인 업체와 같이 성장하는 서비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투명한 거래시장을 조성해 차주에게는 안전한 거래를, 폐차장에게는 수익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규제 샌드박스에 접수된 사례들을 관계부처와 논의하고 사전검토위원회와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 규제특례 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임시허가‧실증특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