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이디푸스’는 24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오페라연습실에서 연습 장면을 30분간 공개한 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서재형 연출을 비롯해 배우 황정민(오이디푸스 역), 배해선(이오카스테 역), 박은석(코러스장 역), 남명렬(코린토스 사자 역), 최수형(크레온 역), 정은혜(테레시아스 역) 등 전 출연진이 참가했다.
취재 열기도 뜨거웠지만 연습 시연은 이를 압도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가혹한 운명의 오이디푸스를 연기한 황정민에게 연습실은 너무도 좁아보였다.
“영화도 좋지만 연극이 더 좋다.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연극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할 때 가장 자유스럽다”는 황정민의 말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분장 없이 편한 복장으로 연습 시연을 했지만 배우들의 몰입한 연기로 인해 실제 무대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연극 ‘리차드 3세’ 이후 1년 만에 만난 ‘오이디푸스’는 황정민에게 또 다른 도전이다.
“리차드 3세 공연 후에는 ‘어떤 연극이든 두렵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더 강한 게 왔다. ‘오이디푸스’는 힘들고 집중력을 요하는 작품이다.”
이어 황정민은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되어 어머니와 결혼할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될 때의 감정을 매번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섬세한 연출로 정평이 난 서재형 연출은 연습실 한 쪽에서 첫 번째 관객의 눈으로 시연을 유심히 지켜봤다.
서재형 연출은 “한아름 작가와 오이디푸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찾은 답은 인간이었다. 의지를 가진 인간을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2019년에는 의지가 있는 인간상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 의지는 대사를 통해 잘 드러난다. 배해선은 “개인적으로 수많은 비탄과 고통과 아픔, 절규의 대사 중에 오이디푸스가 ‘아니 괜찮소, 내발로 걸어가겠오’가 가장 와닿는다. 아픔의 깊이가 깊은 만큼 치유의 과정을 갖는다. 인간은 선택으로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연습 기간 동안 배우, 스태프와 한 마음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연 전 풀어야 할 숙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재형 연출은 “3000년 전 신화와 현실이 만나는 곳을 연극의 지점으로 잡았다. 자료가 많지 않은 지점인데, 스태프들이 성실하게 해줬고 연극의 신이 도와주셔서 무대, 의상 준비가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첫 공연(29일)까지는 며칠이 남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긴장감과 기대감은 팽팽하게 유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