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칼럼]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미디어

2019-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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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시청자미디어재단 서울센터장·경제학박사.


#1. 내가 겪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다면? 주민들과 함께 토론해 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마을 소식을 알리고 싶다면? 주민이 모여서 스스로 만든 마을방송, 성북마을TV로 오세요.
#2. 주민이 참여해 방송을 만들고 운영도 주민이 하고 있는 주민자치방송국. 시민의 삶을 담아내고 사회적 소수자의 작은 소리에도 귀기울이는 열린 미디어, 지역공동체의 긍정적이고 유쾌한 변화를 지향하는 마포FM입니다.

성북마을TV와 마포FM은 성북구가 만든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와 사단법인 마포공동체라디오가 송출하고 있는 시민방송이다. 두 단체는 지난해 서울시가 선정한 서울마을미디어지원사업의 ‘거점형’ 단체이기도 하다. 두 거점형 단체를 포함해 서울시가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지원한 마을미디어단체는 총 75곳. 지원 받지 않은 단체도 있고 이제 막 주민모임을 시작한 곳도 있을 터이니,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을미디어 단체 혹은 모임은 100곳이 넘을 것이다. 마을미디어는 자신의 이야기로 자기를 표현하고 사는 곳에 대한 이슈를 꺼내 해법을 찾고 공동체의 변화를 꾀하는 과정이자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체미디어 혹은 시민미디어로 부르자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사업의 위탁사업자인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2015년과 2018년 각각 펴낸 '떠나자! 서울마을미디어여행'과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에는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고 참여하여 공동체를 혁신해가는 여러 모습이 보인다. 주민 참여자는 방송을 하면서 서로 연결된다는 느낌이 놀랍고 즐거웠다며, 마을과 이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신의 삶도 성장하고 풍성해졌다고 한다. 주민 몇몇이 모여 그저 수다를 떨자고 했는데, 마이크 앞이라 그런지 동네에 대한 깊은 고민이 나오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져 정돈된 수다의 힘을 느꼈다고 한다.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애환도 빼곡하다. ‘창신동라디오 덤’ 조은형 국장이 힘겨워도 마을라디오를 운영하는 이유는 이렇다.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들도 동네에서 즐겁고 재미있게 살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빡세게 돈만 벌고 수레바퀴에 치여서 사는 게 아니라 일상 속 작은 것이라도 창조하며 주인이라는 느낌으로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방송은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가까이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임과 이야기가 방송을 통해 특별해지는 것이다. 특히 특별해진 사건으로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몇몇 단체가 벌인 지역정치 공론장 실험을 꼽고 싶다. 광진구 마을단체가 주축이 된 ‘우리 동네 선거방송 프로젝트’, 서대문구 가재울라듸오의 구청장 후보자 토론 방송, ‘성동격서 느그 시의원 뭐하시노’(시구의회 회의록 읽기), 라디오금천의 ‘7기 지방정부에 바란다-우리동네 정치샬롱’ 등이 대표적 사례다. 주민들이 마을미디어를 통해 직접 선거에 대응한 실험인데, 정치공론장으로서의 순기능을 보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국민 혹은 시민들은 이미 자신들의 요구가 정책에 반영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국민들이 국정과제 수립에 참여한 ‘국민인수위원회(광화문1번가)’와 법률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톡톡’, ‘민주주의 서울’ 같은 온라인 공론장에서다. 소통하고 참여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이 모든 과정에 ‘미디어’가 있다는 사실, 새삼 놀랍지 않은가.

지역 주민들의 소소한 수다부터 제대로 기획된 뉴스 등의 지역 밀착형 시사프로그램까지 마을미디어에는 넓이와 깊이에 제한이 없다. 동네 사람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게 멍석을 깔아주고 대중매체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사회적 발언권을 제공하는 대안언론인 것이다. 주민들의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채워주고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데 마을미디어만큼 강력한 도구가 있을까 싶다.

이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미디어, 마을미디어 활동을 돕는 지원사업이 올해도 계속된다. 마을미디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2년 창안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 지원사업은 가장 오래되고 규모도 크다. 다른 지자체로 널리 확산되는 단초도 제공했다. 그런데 아시는가? 마을미디어 활동이 방방곡곡에서 활기차게 일어나도록 돕는 일을 중앙정부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2017년부터 마을미디어 활성화에 나선 중앙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다. 마을미디어지원사업 위탁 운영기관인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최근 전국 7개 시청자미디어센터를 통해 일제히 공개모집에 들어갔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마을단체나 모임이라면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 문을 두드려 주시길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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