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 ‘소년이 온다’ 바탕으로 한 ‘휴먼 푸가’ 등 ...남산예술센터 새 시즌 프로그램 발표

2019-01-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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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뜨거운 이슈 ‘드라마센터’ 근원 바로잡기, 공공성 다시쓰기 이어가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김종휘)이 23일 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린 '2019년 시즌 프로그램 발표 기자간담회' 에서 오는 3월부터 11월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르는 시즌 프로그램 6편을 공개했다. 사진=남산예술센터 제공]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긴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온 남산예술센터가 2019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세월호, 5·18 광주, 사회적 참사 등 한국사회의 현재 진행형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루며, 연극계 뜨거운 이슈인 ‘드라마센터’도 작품으로 만든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김종휘)은 23일 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는 3월부터 11월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르는 시즌 프로그램 6편을 공개했다. 매년 동시대 이슈를 주목해온 남산예술센터는 올해도 작품을 통해 한국사회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동시대적 날선 화두를 던진다.

올해 시즌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되는 작품은 총 6편이다. 주요 작품은 작년 한 해 연극계의 각종 상을 휩쓸며 주목받은 2018년 시즌 프로그램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을 비롯해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을 다룬 ‘7번국도’ , 세월호 참사가 주제인 ‘명왕성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시각적 표현으로 풀어낸 ‘Human Fuga(휴먼 푸가)’ 등 다채로운 작품이 남산예술센터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동안 남산예술센터는 기존 서사구조를 벗어나 동시대 현대연극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공연창작집단 뛰다와 연극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시도한다. ‘Human Fuga(휴먼 푸가)’(원작 한강/공동창작/연출 배요섭, 11월 6일~17일)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푸가(Fuga)’라는 음악적 형식으로 풀어낸다. 극장 공간에 들어서면 도처에 1980년 광주를 모티브로 한 설치 작업물이 있고, 소설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과 기억, 행동들은 극의 재료로 변주되어 새롭게 해체, 조립된다.

이전까지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연극, 오페라 등의 작품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많이 들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년이 온다’를 무대에 올리기로 결정하기까지 배요섭 연출은 한강 작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배 연출은 '소설로 충분한데 굳이 연극으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며 답을 찾아나갔다.

배요섭 연출은 “사회적 고통을 기억하는 방식에는 소설가가 할 수 있는 방식이 있고 연극이 할 수 있는 방식이 있다. 영감을 받았을 때 (예술작품을) 하는 것은 의무다. 푸가(fuga)라는 형식은 하나의 주제를 여러 개의 악기가 조금씩 변조하면서 연주하는 것이다. 소설 속의 사건을 바탕으로 해서 오브제를 통해 어떻게 하면 새롭게 변주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배요섭 연출은 “눈물이 없는 편인데 이 작품을 읽고 울었다. 슬픈 게 아니라 아파서 울었다. 사회적 고통이 개인의 고통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생각했다”며 “악함이 나와 같은 인간에서 나온 것을 보고 인간을 좀 더 이해했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처럼 인간을 조금이라도 더 껴안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고 전했다.

[배요섭 연출 사진=남산예술센터 제공]


‘7번국도’(작 배해률/연출 구자혜, 4월 17일~28일)는 남산예술센터 상시투고시스템 ‘초고를 부탁해’를 통해 발굴된 작품이다.

‘서치라이트(Searchwright)’에서 낭독공연으로 관객들과 먼저 만났고 이어 시즌 프로그램까지 단계별 제작 시스템을 거쳤다. 지난 낭독공연에 이어 구자혜 연출이 함께 해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을 연극이 어떻게 직시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젊은 극작가 배해률의 첫 장막희곡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극단 코끼리만보와 공동제작하는 ‘명왕성에서’(작/연출 박상현, 5월 15일~26일)는 세월호 당시의 실제 증언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성 작품이다. 동시에 사회적 참사로 희생된 망자들과 남겨진 이들을 다시 불러내어 그동안 유보시켜온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진혼(鎭魂)을 시도하는 씻김굿의 의도를 지녔다. 작품은 세월호 참사 5주기를 기억하며, 지금은 우리 곁에 없는 망자들이 함께 있다는 각성을 하게 만든다.

제8회 벽산희곡상 수상작인 서민준 작가 원작의 ‘묵적지수’(작 서민준/연출 이래은, 6월 26일~7월 7일)는 달과아이 극단과 공동제작한다. 남산예술센터는 새로운 창작극을 발견하고 극작가의 창작 활동과 공연 제작 지원에 힘쓰고자 벽산문화재단과 지속해서 교류해왔다. 올해는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묵자와 초혜황이 모의전을 했다는 일화를 바탕으로,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작가의 연극적 상상력이 무대 위에서 동시대적 언어로 탄생한다.

한편, 지난해 서울예술대학(학교법인 동랑예술원)이 10여 년간 드라마센터(현 남산예술센터)를 임차해 운영해 온 서울시에 문화사업계약 종료를 요청함에 따라, 남산예술센터 존속 여부가 흔들리면서 공공성과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연극인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이에 남산예술센터는 ‘드라마센타, 드라마/센타(가제)’(작 이양구/연출 류주연, 9월 18일~29일)를 기획해 극장을 둘러싼 현재진행형 이슈와 쟁점을 정면으로 다루고, 현장 연극인들과 협업과 연대를 강화하기로 했다. 역사적 사료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드라마센터의 근본적인 과거사 바로잡기와 동시에, 동시대 공공극장의 존재 의미에 질문을 던진다.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은 “2019년은 논쟁의 주제어가 극장이 된 것 같다. 극장 안팎의 문제가 많다. 올해의 화두는 극장을 지키는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연으로 선보인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원작 장강명/각색 정진새/연출 강량원, 10월 9일~27일)은 올해 시즌 프로그램에서도 재연된다. 해당 작품은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아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월간 한국연극 ‘2018 공연 베스트 7’ 선정, 제55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하며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15년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동명 소설을 각색했다.


더불어 남산예술센터는 2017년부터 시즌 프로그램과 별도로 극장진입의 문턱을 낮추고자 제작 전 단계의 작품 콘텐츠를 사전 공유하는 공모 프로그램 ‘서치라이트(Searchwright)’(3월 19일~29일)를 진행하고 있다. 신작을 준비 중인 개인 및 단체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발표 형식은 낭독공연, 워크숍, 주제 리서치를 위한 공개토론, 컨퍼런스, 프레젠테이션 등 자유롭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은 극장 공간, 무대기술, 연습실과 소정의 제작비 지원을 비롯해 극장, 관객, 기획자, 예술가들과 함께 작품을 공유할 기회를 가진다. 2018년 ‘서치라이트’에서 2019년 시즌 프로그램으로 발굴한 작품으로는 ‘7번국도’가 있다.

남산예술센터 2019년 시즌 프로그램과 공모 프로그램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남산예술센터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2월7일 오후 2시 상반기 공연 세 편을 한꺼번에 관람할 수 있는 패키지 티켓이 오픈된다. 대상 공연은 ‘7번국도’, ‘명왕성에서’, ‘묵적지수’이며,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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