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냐 분리냐"…스카이라이프 두고 기로에 선 KT

2019-01-2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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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방위, 과기정통부에 위성방송 공공성 강화 방안 2월 제출 요구

- 공공성 강한 위성방송 앞세워 M&A 추진…"제 꾀에 넘어갔다" 비판도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KT스카이라이프의 계열분리 문제로 비화됐다. 지나친 시장개입이라는 비판과 함께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도입된 지난 3년 동안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지 않은 국회의 직무유기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KT의 선택에 유료방송업계가 요동칠 전망이다.

23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위성방송 공공성 강화 확보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2일 법안소위를 개최하고 KT스카이라이프가 KT계열에서 분리될 때까지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재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본격적인 논의는 오는 2월 국회에서 재개된다. 정부는 재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국회는 재도입이 아니면 스카이라이프를 계열분리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한 기업이 케이블과 IPTV, 위성방송을 합쳐 전체 유료방송시장의 3분의1 이상을 점유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2015년 3년 한도로 도입됐으며 지난해 6월 일몰됐다. 그러나 일몰 과정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점 때문에 케이블업계를 중심으로 재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특히 케이블과 IPTV는 점유율 규제를 받는 반면, 위성방송은 합산규제 일몰로 점유율 규제가 없어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은 법안소위가 끝난 후 "KT가 민영화되면서 공공성이 훼손되는 혼란이 생겼다"며 "스카이라이프가 분리되기 전에는 합산규제가 어느 정도 유지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 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는 2001년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 컨소시엄이 사업권을 획득해 개국했다. 출범 초기 지분구조는 KT가 23%, KBS가 13%로 2대 주주였으며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참여했다.

이후 스카이라이프는 2010년 KT 계열로 편입됐다. 2011년에는 상장을 준비하면서 지분구조를 정리했으며, 현재는 KT가 49.9%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다. KT 외에도 템플턴자산운용, KBS 등이 KT스카이라이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위성방송은 타 유료방송 플랫폼 대비 공공성이 강하다. 산간벽지 등 케이블이 깔리기 어려운 오지에도 방송 서비스를 실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합산규제가 있을 때는 KT계열의 점유율이 제한선인 33.3%에 육박해 인수·합병(M&A)이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규제가 풀린 후 KT가 스카이라이프를 동원해 M&A에 나서면 재원 마련을 위해 수익성을 강화하면서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KT가 자회사를 통한 케이블TV 인수 검토 사실을 공공연하게 밝힌 점도 과방위원들을 자극했을 것으로 봤다. KT는 지난해 10월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주체로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케이블TV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KT는 산업 혁신을 위해 합산규제가 없어져야 한다는 논리를 펼쳐왔는데 뒤에서는 케이블TV 인수를 진행했다"며 "규제가 미비한 상황을 틈타 위성방송을 이용해 케이블을 인수하려고 한 것이 스카이라이프 계열 분리라는 초강수가 나온 이유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방송업계에서는 합산규제가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3년 동안 아무런 논의도 진행하지 못한 국회의 직무유기를 지적한다. 합산규제가 일몰될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사전에 합의가 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과방위는 유료방송 간 공정경쟁과 균형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한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유료방송 M&A에 대한 방향이 바뀌어 힘없는 사업자를 인수해 덩치를 키우는 것은 지양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동등한 입장으로 기조가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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