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회색코뿔소에 쫓기는 中경제…경기부양 딜레마

2019-01-2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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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둔화 가속 시진핑 "중대위험"...역효과 우려 부양 여지 제한

[사진=신화·연합뉴스]


중국 경제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이 세계적인 위협으로 부상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엔 더욱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영국 경제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최신 보고서에서 중국의 성장둔화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0.2%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중국의 성장둔화가 세계 경제를 강타해 경로에서 이탈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 그래도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1일에 낸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5%로 0.2%포인트 낮춰 잡았다.
◆시진핑 "중대위험...블랙스완·회색코뿔소 막아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경계감을 숨기지 않았다. '중대위험'을 경고했을 정도다. 지난해 성장률이 6.6%로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된 지난 21일 중앙·지방정부의 고위관리들을 베이징으로 불러모은 자리에서다. 그는 '블랙스완(검은 백조)'뿐 아니라 '회색 코뿔소'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랙스완'은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일어날 가능성이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을 일으키는 돌발악재를 말한다. 반대로 '회색 코뿔소'는 일어날 확률이 높지만, 어쩔 수 없이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위험을 뜻한다.

중국에서는 흔히 규제 밖에 있는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과 지방정부가 안고 있는 막대한 부채 등을 회색 코뿔소에 비유한다. 시 주석이 이를 언급한 건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눈덩이 채무를 비롯한 금융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낸 것이다.

문제는 금융리스크 차단을 위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통화긴축이 성장둔화의 한 배경이 됐다는 점이다. 중국 지도부는 2017년부터 경제운용에서 금융리스크를 차단하는 데 역점을 두기로 하고 규제 수위를 대폭 높였다. 이 결과 유동성이 빠듯해졌고, 느슨한 금융환경에서 과열 우려를 낳았던 부동산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정부는 성장둔화가 가속화하자 결국 경기부양에 나서야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을 때처럼 전면적이지는 않았지만 선별적, 간접적인 조치로 성장세를 자극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연거푸 낮춘 게 대표적이다. 지준율은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예금액의 비율이다. 이를 낮추는 만큼 은행들의 대출 여지가 커진다. 

지난해 말 취한 일련의 부양책 덕분에 같은 해 12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기대치를 웃돌았다. 

◆中경제, 지난해 濠경제만큼 커져…성장둔화 별거 아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성장률이 2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게 별일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을 평균 환율로 계산하면 약 13조6000억 달러로 1년 새 1조4000억 달러가량 늘었다며, 이는 호주의 한 해 GDP(약 1조3000억 달러)를 웃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성장률이 지난해 2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어도 28년 전과는 훨씬 높은 기준에서 이룬 성과라고 지적했다. 1990년에는 중국의 명목 GDP가 3610억 달러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성장률을 높이기도 어려워지는 만큼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을 마냥 평가절하할 수 없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NYT)도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은 이 나라 경제의 규모와 성숙도로 정당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처럼 규모가 크고 어느 정도 성숙단계에 들어선 경제국이라면, 지난해 수준의 성장둔화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연간 성장률은 2010년 10.6%로 정점을 찍은 뒤 2015년 6%대(6.9%)로 내려와 2016년 6.7%, 2017년 6.8%, 지난해 6.6%로 떨어졌다. 지난해 분기 성장률은 1분기 6.8%, 2분기 6.7%, 3분기 6.5%, 4분기 6.4%(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치)였다.

NYT는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이 역사적 저점으로 떨어졌지만 이전 기간에 비해 낙폭이 작았다며, 12월 주요 경제지표가 선방한 건 성장세가 안정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中경제, 지난해 하반기 급랭...추가 부양 '딜레마'

신문은 그러나 중국의 경제지표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투자에서 소매판매에 이르는 주요 지표들을 보면 중국 경제가 지난해 하반기 들어 급격히 둔화했다는 것이다. 일련의 지표 악화는 미국발 무역전쟁의 충격이 예상보다 컸음을 방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NYT는 또 지난해 12월 주요 지표들이 개선된 건 중국 정부의 부양 노력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겠지만, 여의치 않을 것으로 봤다. 유동성 고삐를 과도하게 풀면 채무 증가로 이어져 금융리스크를 자극할 수 있고, 이는 중국 경제의 맹점인 불균형을 더 부추길 수 있어서다.

관건은 지난해 말 경기부양 조치에 기대서나마 반등했던 지표들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느냐다. 대체적인 전망은 비관적이다. 인민은행이 연초에 이미 지준율 인하를 재개한 것 자체가 중국 당국의 경기 비관론을 방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전문가들은 중국의 성장둔화가 공식 지표에 반영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본다. 중국의 실제 성장률을 공식 발표치보다 1~2%포인트 더 낮춰보는 게 보통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기존 부양 조치만으로는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계속 둔화할 공산이 크다면서도 중국이 부양조치를 확대할 여지는 크지 않다고 본다. 대규모 부양에 따른 부작용을 이미 경험한 탓이다. 부동산 고삐를 푸는 게 가장 큰 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중국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공급과잉 상태로 투기에 따른 홍역이 가시지 않았다. 부동산시장에 손을 잘못 대면 회색코뿔소가 블랙스완을 몰고 올 수 있다. 왕타오 UBS 중국 이코노미스트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우선순위가 아닌 최후수단으로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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