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대부' 존 헤네시의 리더십 조언①]"리더는 겸손해야 한다"

2019-01-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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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리딩 매터스(Leading Matters)'에 반영된 리더의 조건...①겸손(humility), 협업과 팀워크(collaboration and teamwork)

'리딩 매터스' 표지[사진=스탠퍼드비즈니스북스]



조직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리더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 '실리콘밸리의 대부' 존 헤네시는 지난해 9월에 낸 저서 '리딩 매터스(Leading Matters)'에서 리더가 갖춰야 할 자질을 경험에 기반한 진솔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로 풀어냈다. 책의 부제(Lessons from My Journey)대로 자신의 여정에서 얻은 교훈들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는 "모든 단계의 리더들에게 꼭 필요한 지침서"라며 이 책을 권했다. 2000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스탠퍼드대 총장을 지낸 헤네시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등 실리콘밸리의 현역으로 남아 있다. 앞으로 3회에 걸쳐 헤네시가 '리딩 매터스'에서 강조한 리더의 자질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차례>
①겸손(humility), 협업과 팀워크(collaboration and teamwork)-겸손이 리더를 만든다
②진정성(authenticity), 공감(empathy), 용기(courage)-진정성 있는 리더
③ 혁신(innovation), 지적호기심(intellectual curiosity)-스타트업을 움직이는 혁신

 

존 헤네시[사진=스탠퍼드대]


한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리더'의 자질이 중요하다는 것쯤은 누구나 안다. 문제는 성공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 뭐냐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대부'로 불리는 존 헤네시(66)는 성공적인 리더십의 첫 번째 덕목으로 '겸손(humility)'을 꼽았다. 겸손한 사람이라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헤네시는 실리콘밸리의 발상지이자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정신의 산실인 스탠퍼드대에서 16년 동안 총장을 지낸 뒤에도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이사회 의장, 시스코시스템 이사회 의장 등으로 실리콘밸리 한 가운데서 역량을 뽐내고 있다.

헤네시는 많은 이들이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신감'을 꼽지만 자신의 생각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리더가 신뢰를 얻기 위해 자신감을 드러내야 하는 건 맞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치중하다 보면 자신의 약점을 덮기 위해 강점을 강조하고 다른 이들의 능력을 저평가하는 자만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겸손한 리더라야 신뢰를 통해 조직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헤네시가 자신은 그리 겸손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고백한 건 반전이다. 그는 겸손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자질로 여겨지는 대담함이나 단호함과 같이 여러 과정을 겪으며 스스로 배우고 계발할 수 있는 자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겸손한 리더는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음을 솔직하게 인정할 줄 알아야 하고, 필요할 때는 주저하지 않고 주변에 도움을 청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어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갈 발판을 마련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본래 겸손하지 않다고 고백한 헤네시가 실리콘밸리에서 긴 여정 끝에 이같은 교훈을 얻었다면 스스로가 훌륭한 리더임을 방증한 셈이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헤네시는 1984년 창업한 스타트업 '밉스(MIPS)컴퓨터시스템스'에서의 경험을 소개했다. 

밉스는 창업 초기 소형 반도체 사업으로 대박을 터뜨려 빠른 속도로 성장했으나, 1986년에는 성장이 둔화돼 직원 120명 중에 40명을 정리해고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평소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렸던 헤네시는 임원회의 끝에 전체 직원들을 상대로 임원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그의 격려는 임직원들이 보다 끈끈하게 단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역경을 이겨낸 밉스는 3년 후 상장됐으며 당시 업계 최고였던 실리콘그래픽스에 인수됐다.

헤네시는 회사가 궁지에 몰렸을 때 직원들과 위기상황을 공유한 것이 완벽한 선택이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모든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사소한 오판이 치명적인 문제로 커질 수 있는 스타트업 환경에서 리더는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이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더 스스로 조직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부하직원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겸손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밉스에서의 경험은 2001년 9·11테러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스탠퍼드대가 어려워졌을 때도 도움이 됐다. 임직원들과 학생들이 함께 신속하게 위기를 분석하고 문제를 공유하며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헤네시는 '협업과 팀워크(collaboration and teamwork)'를 이끌어내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리더들이 권력을 기반으로 부하직원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에 익숙해 있지만, 사실 리더십이 팀워크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는 리더와 이하 조직원들은 지위가 동등하고, 조직에 기여하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대부분 조직원들이 리더를 앞선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리더가 조직원들보다 자신의 성과를 내세우면 성공적인 조직이라 할 수 없다는 게 헤네시의 주장이다. 그만큼 리더가 겸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헤네시는 또 리더는 협업뿐 아니라 조직원들이 훌륭한 성과를 내기 위해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수평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성원 모두가 조직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는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온전히 리더의 몫이라는 얘기다. 그는 리더가 겸손하고 진실되게 조직원들을 대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성과 또한 가치 있게 대하면 성공을 향한 길은 열려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은 스탠퍼드대 대학원생 시절 은사인 헤네시의 강의를 듣고 직접 이야기를 나눈 경험을 토대로 "헤네시는 학생들 사이에서 엄격하기로 유명한 교수였다"며 "그는 훌륭한 학자이자 행정가였다. 항상 모든 분야에 대한 지적 호기심으로 충만했고 그 호기심이 혁신적인 발상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또 헤네시가 '리딩 매터스'를 통해 건네는 메시지가 짧은 기간에 산업화를 경험하며 제대로 된 리더십이 자리잡지 못한 대한민국에서 지도자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각자 속한 집단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헤네시가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겸손, 진정성, 지적 호기심 등 다양한 요소들이 '리더십 위기'를 맞은 한국사회에 혁신을 불러올 드라이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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