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오는 22일(현지시간) 스위스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나흘 일정으로 개막한다. 일명 '다보스포럼'이라고 하는 WEF는 자본주의와 세계화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엘리트들의 사교의 장이다. 주요국 정상과 고위 관료는 물론 학계, 재계, 금융시장 등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총출동해 세계적인 문제들을 논의하며 해법 도출을 꾀한다.
◆트럼프·시진핑 등 '노쇼'…정치·경제 불확실성↑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연방정부 일부 폐쇄) 사태로,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로, 마크롱 대통령은 '노란조끼' 시위로 발목이 잡혔다. 시 주석은 성장둔화와 대미 무역전쟁으로 외부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고, 모디 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흉흉해진 민심에 재선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주요국 정상들의 불참 탓에 이번 포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최근 취임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등이 집중조명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트럼프의 부재로 특히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스타'로 부상할 공산이 크다고 봤다. 극우 성향으로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에겐 다보스포럼 참석이 취임 이후 첫 해외 방문이 된다. 그는 남미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다보스포럼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21일 발표 IMF 성장률 전망, 中 4Q 성장률 촉각
블룸버그는 다보스포럼을 앞두고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을 탓하는 이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경기침체가 임박했다고 보는 이들이 아직 많지 않지만, 기업들의 경기전망이 2016년 이후 가장 비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경제지표가 기대치를 밑돌고 무역전쟁, 미국 셧다운, 브렉시트 등을 둘러싼 정치 리스크가 커지면서 경기 비관론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나리만 베라베시 IHS마킷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분위기가 1년 전보다 훨씬 더 어두워지고 있다"며 "경기침체가 임박하진 않았지만, 둔화하고 있는 성장세가 무너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톰 올릭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정황은 불황보다 성장둔화와 맞아떨어지지만, 하방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거들었다.
블룸버그는 21일 발표될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와 중국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이튿날 시작될 다보스포럼의 분위기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6.4%(전년동기대비)로 2009년 1분기(6.2%) 이후 최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중국사회과학원은 2018년 성장률이 6.6%로 1990년(3.9%) 이후 28년 만의 최저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패자' 돌보는 포괄적 세계화?…가디언 "똑같은 문제 반복"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다보스포럼에서 해법이 도출될지 여부가 관건이지만, 전문가들은 비관적이라고 전했다. WEF가 '더 나은 세계(improving the state of the world)를 위한 헌신'을 강조하지만, 이 자리에 모이는 글로벌 엘리트들은 저마다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바쁘다는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출신 미국 작가인 아난드 기리다라다스는 다보스포럼을 "세계를 깨뜨린 사람들의 가족상봉"이라고 비판했다.
클라우스 슈밥 WEF 창립자 겸 회장은 "세계화는 승자와 패자를 양산했고, 지난 24, 25, 30년간 승자가 더 많았다"면서도 "이제 우리는 뒤처진 패자들을 돌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슈밥 회장이 정치인과 기업인들을 다수 '프래카리아트'(불안정한 임시 노동자)와 소수 특권층의 격차를 해소하는 포괄적인 세계화로 몰아붙이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WEF는 2020년과 2021년, 그 이후에도 똑같은 문제로 고전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 세계가 불평등, 보호무역주의, 포퓰리즘 등에 따른 위기에 직면했지만, 다보스포럼에서 해법을 도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얘기다.
WEF의 올해 주제는 '세계화 4.0: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구조 형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