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친환경 차원에서 종이박스 대신 ‘에코백’에 정성스레 넣어준다니 기대감은 배가 됐습니다. (카드값도 배가 됐지요. 작년에 5만9000원이었는데 6만3000원으로 럭키백 가격이 올랐어요)
후배는 10일 오전 8시20분경 서울 광화문역 인근 스타벅스 매장에서 럭키백을 손쉽게 구했다고 합니다. (어랏! 뭐가 이리 쉽냐, 너 줄 안 섰어? “네. 줄 안 서고 바로 샀는데요”)
뭔가 느낌이 싸했습니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럭키백 이녀석 매년 조금씩 나에게 실망감을 안겨줬지만 그래도 올해는 에코백까지 있으니 괜찮을거야’ 스스로를 위로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점심시간 후배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한 마디로 구성품이 “역대급 별로”였습니다.
새해 복을 기원한다는 복조리는 앙증맞았지만, 에코백은 제 취향이 아닌 장바구니 느낌이라 과감히 후배에게 수고한 대가로 줬습니다. (“오예 득템” 이렇게 말하는 후배 기자는 다시 봐도 착한 녀석입니다)
일명 ‘뽁뽁이’로 불리는 에어캡 대신 종이 포장을 도입한 스타벅스 럭키백 내용물을 하나씩 풀어볼 수록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졌습니다.
올해 특별히 제작된 럭키백 전용 스테인레스 텀블러 하나는 그래도 쓸만했습니다. 3종 중 랜덤으로 하나가 들어있는데 핑크색 당첨입니다.
제가 산 럭키백의 구성품은 스테인레스 텀블러 외에 △플라스틱 텀블러 △워터보틀 △머그 △데미 머그 2개 △플레이트(접시) △음료쿠폰 (3장) △전용 에코백이 전부였습니다.
전체 스타벅스 럭키백 1만7000개 중 1000개에만 들어있다는 추가 음료쿠폰(4장)은 역시나 올해도 꽝입니다.
럭키백 판매가격인 6만3000원에 비해 확실히 내용 구성품은 10만원이 넘습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스타벅스는 매년 럭키백 판매 상품에 가격 라벨을 떼지 않고 판매하고 있지요. (그래 얼마인지는 잘 알겠다고, 근데 내 돈 주고 절대 안 살 것들만 어쩜 이렇게 찰지게 모았냐)
2012년부터 매년 설레임 속에 구매해온 스타벅스 럭키백 중에서도 올해는 유난히 내용품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회사에 와서 선배들에게도 보여줬지만, 그런 걸 뭘 그리 비싸게 주고 샀냐는 말만 되돌아옵니다. (이 와중에 ‘애사심이 있다. 기사 쓸려고 니 돈 주고 샀으니...’라는 착한 선배도 계시네요)
올해도 일각에서는 스타벅스 럭키백은 안팔리는 MD상품 재고 처분을 위한 것이란 비난이 들려옵니다. 저는 매년 한 두개쯤은 잇템이 있어서 이를 애써 부정해왔었는데요.
하지만 내년에도 차마 살 용기는 없어집니다. 그렇습니다. “굿바이~ 스타벅스 럭키백! 올해로 끝이란다.”
PS. 이날 개봉기 전에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이석구 대표님을 정말 우연히 만났습니다. 인사까지 기분 좋게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말할 걸 그랬어요.
“대표님~ 럭키백 환불 안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