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금융계 자금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런 가운데 영국 의회가 '노 딜(영국이 EU와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탈퇴하는 것)' 브렉시트 관련 예산의 사용 권한을 제한하면서 영국 내 정치적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언스트앤영 글로벌(Ernst & Young Global Ltd)의 회계·컨설팅 회사 EY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영국 내 은행과 기타 금융 기업이 최소 1조 달러 규모의 자산을 영국 이외의 유럽연합(EU) 지역으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EY는 지난 2016년 6월 이후 영국 내 주요 금융 기업 222곳을 추적해왔다.
영국을 빠져나간 자금은 전체 금융 부문의 10%에 해당하는 규모여서 전체 업계 타격이 불가피하다. 런던은 수십년간 유럽의 금융 허브로서 수십개의 글로벌 은행 본부를 유치해왔다. 해당 경제 규모만 국내총생산(GDP)의 12.5%를 차지한다. 브렉시트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브렉시트 발효일이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는 탓이다. 브렉시트는 오는 3월 29일 발효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4~15일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 투표를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승인 투표는 사실상 브렉시트의 마지막 단계지만, EU 잔류파와 의회 내 강경파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영국 하원이 8일(현지시간) 재정법(Finance Bill) 수정안을 찬성 303표 대 반대 296표로 통과시키면서 정치적 갈등이 극대화할 전망이다. 노 딜 브렉시트를 준비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 이 법안의 주요 골자다.
노 딜 브렉시트 이후 경제·안보 충격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가 이를 추진하지 못하도록 압박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큰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