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홍콩 샤틴 지역의 한 주택은 4년 전보다 약 8% 낮은 1300만 홍콩달러(약 18억6459만원)에 거래됐다.
#1년 전 가오룽완 지역의 아파트를 구매한 첸모 씨는 433만 홍콩달러(약 6억2000만원)에 이 아파트를 팔았는데, 이는 일주일 전 거래가보다 8.8%, 1년 전보다는 16%나 하락한 것이다.
◆12월 홍콩 주택 판매 2060채··· 전년 대비 61%↓
홍콩의 기존주택 가격을 보여주는 센타시티선행지수(Centa-City Leading Index)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 기준 홍콩 주택가격지수는 174.37로 전달에 비해 1.7포인트 하락했다. 앞서 11월 월간주택가격지수는 366.3으로 전월 대비 3.5% 하락하며 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홍콩의 주택가격은 2016년 4월 이후 28개월 동안 상승해 2018년 7월 최고점을 찍은 후 같은 해 8월부터 10월까지 각각 0.05%, 1.27%, 2.56%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하락세는 2008년 이래 최장기간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12월 월간 지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현재 추세로 봤을 땐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홍콩 부동산 시장의 침체 조짐은 뚜렷하다.
홍콩특별행정구 토지등록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홍콩 주택 판매량은 2060채로 전년 동기 대비 61% 급감했다고 중국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이 최근 보도했다. 이는 전달 2635채에 비해서도 21%나 줄어든 것이며,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다.
아파트 시장도 경직된 상태다. 차이신은 “홍콩 아파트 매매 계약 건수는 지난해 6월 정점을 찍은 뒤 여섯 달 연속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12월 계약 건수는 2017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전했다.
◆올해 전망 더 어두워··· "부동산 가격 최대 10% 하락"
이처럼 홍콩 부동산 시장에 불어닥친 매서운 칼바람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 본토 경제 둔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 영향 탓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말 연준은 기준 금리를 인상했고, 홍콩 금융관리국도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높인 2.75%로 조정한 바 있다. 홍콩달러 환율은 미국 달러에 연동하는 고정환율제를 적용하고 있어 미국의 기준금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 등 부채가 있는 가계의 상환 부담을 높여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며 “홍콩의 가계부채 규모는 세계 5위 수준으로 금리 인상에 그만큼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올해 전망이 더욱 어둡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국가가 토지를 소유하고 개인에게 토지사용권을 부여하는 홍콩의 '토지공공임대제' 등 정부의 강한 부동산 규제정책은 부동산 가격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며 “올해 홍콩 부동산 가격이 최소 5%에서 최대 10%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 야오차이(耀才)증권도 향후 2년간 홍콩 주택 가격이 무려 4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