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해운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칠봉 대한해운 부회장의 진단이다. 수년째 불황이 지속된 해운업황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다.
이는 최근 해운업계가 내놓은 부정적 전망과는 다소 상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업계에선 올해 유가 변동성이 크고 물동량 증가와 운임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업황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김 부회장은 현재 대한해운과 대한상선, SM상선 등 SM그룹 산하 해운사들의 대표이사직을 모두 겸임하며 사실상 해운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특히 2016년 SM그룹이 대한상선을 인수한 이후 대표이사로 발탁돼 대한상선을 안정적인 선사로 키워낸 인물이다.
2017년에는 한진해운의 옛 자산을 인수해 설립한 SM상선의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빠른 경영정상화를 주도하기도 했다. 그 결과, SM상선은 지난해 미주노선에서 일정기간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빠른 경영정상화가 진행되고 있다. 같은 기간 현대상선이 적자폭을 늘린 것과 대조되는 실적이다. 김 부회장은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그룹 해운사의 핵심인 대한해운 대표이사에 발탁됐고, 12월 말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같은 전망을 근거로 김 부회장은 SM그룹 산하 해운회사들이 올해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자신했다.
특히 최근에는 인력을 재정비하며 가시적인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매출을 꾸준히 늘리고 있는 대한해운의 경우 국종진 부정기사업부장을 투입해 부정기선 분야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대한상선과 SM상선 또한 올해 기대감이 크다. 대한상선은 최근 SK해운 출신 윤흥근 부사장을, SM상선은 현대상선 출신의 박기훈 부사장을 각각 영입했다. 업계에선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두 인물이 김 부회장과 함께 본격적인 성장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도 지난해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해운 재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다각적인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의 말대로 유가와 운임 변동성이 줄어들더라도 올해부터 강화되는 환경규제와 세계 무역분쟁 장기화, 선진국 경제성장률 둔화 등은 해운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해양진흥공사가 현대상선 이외의 선사들에 대해 아직까지 특별한 재건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데 아쉬움을 나타냈다. 폐선보조금과 선박지원사업을 위한 지원계획 등이 있지만 해운 재건을 말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직접적인 지원이 어렵다면 회계기준을 개선하는 등 간접적으로라도 해운업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부터 개정된 회계기준이 반영됨에 따라 기업들은 생산·운용설비 리스 계약을 할 때 관련 자산과 부채를 모두 재무상태표(옛 대차대조표)에 표시해야 한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선박을 용선해 운용하는 선사들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대 규모를 키워 글로벌 해운사들과 경쟁하라는 것이 정부의 해운재건 계획의 핵심인데 부채비율 증가 우려 때문에 선대를 늘리기에 제약이 크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