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최저임금이 너무 급격하게 오른 것 아니냐. 말이 1만원이지, 직원들 식비·보험료 등 다 합치면 훨씬 큰 비용이 들어간다. 장사도 안 되고, 사람 채용하기가 겁난다.”(A 의류매장 점장)
‘황금 돼지의 해’ 기해년(己亥年)이 밝았지만, 2일 찾은 서울 시내 골목 상점가에서는 새해의 활력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2019년 첫 출근길에 내려진 한파 특보는 얼어붙은 체감 경기에 더해 소상공인의 시름을 더욱더 깊게 만드는 듯했다.
자영업자들은 새해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올 한 해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매출은 줄어드는데, 늘어나는 건 인건비뿐이라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성북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 사장은 “연말만 해도 매출이 괜찮았고, 연초에는 각종 모임이 있어서 버틸 수 있지만, 1월 이후가 정말 걱정”이라며 “장사를 하다 보면 체감상으로 경기를 느끼게 되는데, (올해는) 심상치 않다. 직원들 월급을 제대로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작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늘어난 인건비는 월 36만7000원이었다. 이와 동시에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혼자 가게를 운영하거나 가족을 동원해 인건비 부담을 억누르는 자영업자가 많았다. 우리나라의 무급가족종사자는 작년 6월 기준 118만명에 달한다.
자연스레 아르바이트 경쟁도 심해졌다. 기존에 일하던 직원도 내보내야 할 판에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겠냐는 분위기다. 일자리가 귀해지면서 한 번씩 올라오는 채용 공고에는 지원자가 수십명씩 몰리고 있다.
종로구 소재 의류 판매장에서 일하는 C 점장은 “이전에는 사람 뽑을 때 3~4명 정도가 지원해서 제대로 일할 사람 찾기가 어려웠는데, 최근에 공고를 올리니까 20명이 지원서를 냈다”며 “주변 매장만 봐도 직원을 많이 뽑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사람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을 범법자로 내몰고 말았다”며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업계에서는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은 각자도생해야 한다. 높아진 인건비를 부담하지 못하면 남은 선택지는 폐업뿐이기 때문이다. 2019년은 풍요와 행운을 상징하는 ‘황금 돼지의 해’이지만, 소상공인들은 기해년 초입부터 생존을 위한 '최저임금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